■與"임시국회에서 두 토끼 잡겠다"정기국회가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여당 지도부가 다급해졌다. 정기국회 중 처리를 공언한 국보법 폐지안 등 4대 법안이 한나라당 반대로 벽에 부딪힌 데다 예산안 심의마저 제대로 되지않고 있기 때문이다. 힘으로 밀어붙이자니 여론 역풍이 부담스럽고, 주저앉자니 지지 층 이탈과 지도부 책임론 등 후유증이 걱정이다.
우리당은 29일 겉으로는 4대 법안을 연내 처리한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부영 의장은 "맥없는 여당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천정배 원내대표도 "국회법에 규정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강행 처리를 불사하겠다는 다짐도 들린다.
우리당은 이날 낮까지만 해도 한나라당이 불참한 가운데 예결특위를 강행하는 등 강공책을 폈다. 그러나 이날 밤 예결특위 여야 간사모임을 계기로 일단 유화분위기로 선회했다. 우리당 박병석, 하나라당 김정부 의원은 이날 밤 예결특위 간사접촉을 갖고 30일부터 예결특위를 일단 정상가동키로 잠정합의했다.
하지만 계수조정 작업 등에 최소 12일 정도가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시간적으로 정기국회 회기인 내달 9일 이전까지 예산안 통과 가능성이 높지 않아 12월 임시국회 소집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때문에 당 지도부에서는 내부적으로 연말 임시국회 소집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물론 한나라당에는 "예산안 졸속심의는 안된다"는 이유로 소집 명분으로 내걸 속셈이다. 예산안을 명분으로 임시국회를 소집, 4대 법안까지 이월시켜 다시 한번 처리기회를 잡겠다는 심산이다. 여기엔 "이번 회기 내 4대 법안 처리는 불가능하다"는 현실인식이 깔려 있다. 이부영 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도 이 같은 생각을 몇 차례 시사한 바 있다.
다만, 이 방안은 28일 밤 "한나라당과 협상도 안 해 보고 미리 포기하느냐"는 임채정, 장영달 의원 등 당내 중진들의 반대에 따라 공식 당론으로 채택되지 못했다. 정기국회 처리는 불가능하지만 임시국회에 대비, 밟을 수 있는 절차는 최대한 밟아야 한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따라서 우리당은 4대 법안의 임시국회 처리를 목표로 하되 남은 회기 동안 상임위별 상정 및 심의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임시국회에 들어가서는 국보법 폐지안을 나머지 3대 법안과 분리해 처리를 미룰 수 있다는 카드로 한나라당을 설득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임시국회를 연다해도 한나라당이 4대 법안을 안건에 포함시키는데 반대할 게 분명해 우리당의 전략이 먹혀 들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양정대기자 torch@hk.co.kr
■野 "예산·민생법안만 회기 처리"
한나라당은 ‘4대법안 결사저지’라는 대전제에 잔여 국회일정의 운영 전략을 꿰 맞추고 있다.
한나라당으로서 가장 깔끔한 그림은 정기국회 회기가 끝나는 내달 9일까지 예산안 처리를 마무리 짓고 올해 국회 일정을 끝내버리는 것이다. 기금관리기본법 등 민생법안도 예산안과 함께 정기국회내에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열린우리당의 4대법안 처리 시도는 봉쇄한다는 게 전제다.
정기국회가 예산안 처리와 함께 끝나면 여당이 4대법안 처리를 위한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하더라도 거부할 명분은 충분하다. "예산과 민생법안이 처리가 됐는데 국민이 원하지 않는 4대법안 처리를 위해 임시국회를 소집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4대 법안의 연내처리는 한나라당의 뜻대로 무산된다.
이 경우 여당이 단독국회를 소집, 4대법안을 처리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하지만 한나라당 관계자는"헌정사상 단독국회를 열어 안건을 처리한 경우는 없었다"며 그 가능성을 일축했다.
문제는 현재 소위원장 자리를 둔 예결위의 줄다리기로 정기국회 내 예산처리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처리한다 해도 "시간에 맞추려 예산안을 졸속 심의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예산안이 내달 9일을 넘기면 임시국회 소집은 불가피해진다. 이 경우 여당은 "임시국회에서 예산과 4대입법을 함께 처리하자"고 나설 것이다.
안건과 의사일정을 두고 여야간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이 경우"예산처리만을 안건으로 하는 10일 이내 회기의 임시국회 개최에만 합의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민생법안 처리에 합의해주면 여당도 굳이 무리해서 4대법안 처리를 시도하지 않을 것"이란 희망 섞인 속내도 피력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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