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꽤 오랜 세월 교육계에 몸담았다. 초·중·고교 교사와 학원 강사, 대학 교수 말고도 선생이란 이름 붙은 건 거의 다 해보았다. 1998년 10월부터는 학교법인 숙명학원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선 교육발전특별위원회 위원장 일을 하고 있다. 또 몇 대의 정권에 걸쳐 대통령 자문 교육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그래서 교육 관련 모임에 자주 나가는 편이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양성’ 등의 제목으로 가끔 강연도 한다.교육에 깊은 관심을 갖고 많은 시간을 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리는 지금 거대 국가 중국의 출현에 따라 중대한 고비에 처해 있다. 수 많은 공장이 중국으로 옮겨가면서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제조업을 대체할 새로운 산업을 찾아내야 한다. 그것은 지식정보화 산업일 수밖에 없다. 지식은 교육을 통해 만들어지는 만큼 지식정보화 사회를 건설하려면 교육이 먼저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이건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교육에너지가 가장 풍부한 나라다. 학부모들은 자녀 교육을 위해 어떤 희생도 달게 감수한다. 교육 열기가 외국에 비해 더 뜨겁다는 정도가 아니다. 외국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높다. 우리나라의 젊은 어머니 중 자녀 교육을 위해 남편과 떨어져 미국에 가 있는 사람이 수 만 명에 달한다. 이런 교육 풍토를 외국인들은 감히 상상도 못한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 인들은 교육에 ‘미친’사람들이다.
그런데 큰 문제가 하나 있다. 이 엄청난 교육에너지가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기차가 달릴 때 석탄을 아무리 많이 때도 엔진 효율이 떨어지면 속도가 붙지 않는 법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교육시스템이라는 엔진은 워낙 효율이 나빠 쏟아 붓는 에너지에 비해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시간과 돈은 어느 나라보다 많이 투입되지만 대부분이 헛김으로 새버려 국가 발전에 그다지 기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이유로 교육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육에너지가 효율적으로 활용돼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개인이 일생을 살아가는 좋은 밑천이 돼야 한다. 그래서 나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에 보탬이 되고자 애썼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 제도는 지식 중심, 입시 위주, 경쟁 위주의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는데 큰 문제가 있다. 학생이나 부모들도 일류 대학에 들어 가는 걸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이는 교육의 본질을 무시하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다. 교육자는 사회가 어떤 사람을 필요로 하는지 깊이 따져보고 거기에 맞는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그런데 현실에선 맹목적인 암기만을 강요한다.
사회가 가장 필요로 하는 인재는 첫째 남과 더불어 협력할 줄 알아야 하고, 둘째 합리적으로 생각해 문제를 풀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자기 자신을 관리할 수 있고, 자기가 맡은 일을 수행할 수 있는 지식을 갖춰야 한다. 두 가지 예를 들어보자. 우리 사회에는 무수히 많은 세일즈맨이 있는데, 이들을 위한 교육은 전혀 없다. 또 여자들은 대부분 가정 주부와 어머니가 되는데, 가정 주부의 역할을 잘 하기 위한 교육과 훌륭한 어머니가 되기 위한 방법을 가르치는 학교는 없다. 이런 예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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