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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홀릭]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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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홀릭]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

입력
2004.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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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에 익숙한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은, 소리를 끄고 TV를 보는 것이다. 대사도 안 들리는데 뭐가 재미있느냐고? 요즘의 ‘웃찾사’는 그래도 웃긴다. 코너의 구성이나 대사 이상으로 캐릭터의 모습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건장한 체격에 콧수염, 그리고 그 독특한 얼굴을 더 독특하게 만드는 퍼머머리를 한 ‘택아’의 윤택이나, 스스로 ‘마가린 버터 3세’라 부르며 별난 춤을 추는 ‘비둘기 합창단’의 리마리오 같은 캐릭터가 나오면 시청자들은 내용이 무엇이든 웃을 수밖에 없다. 별난 캐릭터가 많이 등장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이라지만, ‘웃찾사’의 캐릭터들은 정말 유별나다.그 별남은 캐릭터의 외모에 그치지 않는다. ‘비둘기 합창단’ 속 대사처럼, 이 프로그램의 캐릭터들은 "지(제)대로 된 사람이 하나도 없고", 그래서 ‘웃찾사’의 웃음은 더 극단적이다. 다른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정상적인 상황에서 비정상적인 상황을 이끌어내는 ‘반전’을 노리거나, 정상적인 사람과 비정상적인 사람의 부딪힘으로 웃음을 자아낸다면, ‘웃찾사’의 비정상적인 캐릭터들은 자신의 사고방식을 시청자에게 ‘들이댄다’.

윤택이 보스로 나오는 ‘뭐야’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뭐야!"라는 말로 정상적인 대화를 막아버리고, 기억상실증에 가까운 건망증을 가진 ‘희한하네’의 등장인물들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 몇 초 전의 일들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그 낯설음에 당황하지만, 그 사이 캐릭터들은 쉴새 없이 이야기를 진행시켜 결국 자신들의 건망증 때문에 반복되는 행동들을 "이거 꿈속에서 본 거 같아"라고 할만큼 이야기를 끌고 간다. 그래서 ‘웃찾사’는 기존의 코미디보다는 ‘이나중 탁구부’같은 ‘엽기만화’에 더 가까운 느낌을 준다. 처음에는 낯설고 이상하며, 멀쩡한 사람은 한명도 없는 이 프로그램을 싫어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 이상한 캐릭터들의 세계에 익숙해지면 어느덧 그들의 대사를 따라 하게 된다. 처음에는 "뭐야?"를 되풀이하다가 "다 그런 거야. 희한하네"를 말하게 되는 것이다.

‘웃찾사’는 기존의 콘서트식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보여주던 기괴한 캐릭터의 매력을 극단으로 끌어올렸고, 이것은 ‘웃찾사’가 드디어 다른 코미디 프로그램들과 차별화 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나, 동시에 이것은 ‘웃찾사’가 해결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독특한 캐릭터를 익숙하게 하려면 매회 비슷하게 반복되는 구성이 필요하다. 그래서 처음에는 기발하고 신선하던 것이 시청자들이 다음 대사까지 예상할 정도로 뻔해질 수 있다. 한창 때의 KBS ‘개그콘서트’와 MBC ‘코미디 하우스’가 겪었던 문제를 ‘웃찾사’도 고민할 때인 것이다. 또한 독특한 캐릭터를 내세우다 보니 ‘단무지 아카데미’처럼 노골적으로 여성의 외모에 대한 차별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웃찾사’가 새롭게 찾은 웃음의 열쇠는 그들에게 영광을 가져다주었지만, 그것은 동시에 그들이 돌파해야 할 벽이 될지도 모른다. 물론, 이 독특한 친구들이 지금 가장 웃음을 잘 ‘찾는’ 사람들인 것은 분명하지만 말이다.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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