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급속한 고령화,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低성장 高국민부담’ 경제老化 초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급속한 고령화,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低성장 高국민부담’ 경제老化 초래

입력
2004.11.30 00:00
0 0

수명은 연장되고, 출산율은 떨어지면서 우리나라가 급속하게 ‘늙은 나라’가 돼 가고 있습니다. 앨런 그린스펀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최근 한국경제에 대해 한마디 해달라는 윤증현 금감위원장의 요청에 "고령화가 가장 걱정된다"고 충고했습니다. 인구구조가 고령화하면 나라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고령화는 성장, 재정 가릴 것 없이 나라경제의 수명을 단축시킵니다.

◇고령화와 성장

한 나라의 적정 성장속도인 잠재성장률은 노동투입, 자본투입, 생산성 등 3가지에 의해 결정됩니다.

출산율 하락은 우선 노동투입의 감소를 불러와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리게 됩니다. 현재 15~64세 생산가능인구 증가율이 크게 둔화하고 있는데, 2016년부터는 절대규모도 줄어들 것으로 예측됩니다. 또 고령화가 가속화하면 경제 전반의 저축률이 하락하게 돼 자본투입을 위한 재원도 줄어들게 됩니다. 근로기간에는 노후에 대비한 저축이 많지만, 은퇴 후에는 저축을 소비로 전환하기 때문입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합계출산율(출산가능 여성의 일생 동안 자녀수)이 지난해 수준(1.19명)을 유지하면, 잠재성장률이 어떻게 될지를 분석했습니다. 현재 5% 내외인 잠재성장률이 2020년대에 2%대, 2030년대에는 1%대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이 결과는 생산성 증가율에 변동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인데, 일반적으로 고령화가 진전되면 절대적인 노동공급의 규모 뿐 아니라 노동생산성도 떨어지게 됩니다. 산업인력이 노후화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고령화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급속한 저성장 시대로의 진입은 불가피합니다. 선진국들도 경험했지만 유독 우리나라가 더 심각한 것은 고령화 속도가 유례없이 빠르다는 점 때문입니다.

◇고령화와 재정

수명은 연장되는데 일할 사람이 줄어들면, 노령인구 부양을 위한 국민부담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노인복지 예산, 연금 지출, 의료비 지출 등이 급증하면서 나라 재정은 악화하게 됩니다.

이 부담은 근로세대가 져야 하기 때문에 세대간 분배 형평성 문제도 야기됩니다. 후세대는 부담은 더 커지는데, 받는 몫은 작아지는 현상이 구조화하는 것이죠. 2000년에는 생산가능인구 10명이 노인 1명을 부양했지만, 2020년에는 5명이 1명, 2040년에는 2명이 1명을 부양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세대간 분배 불평등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바로 국민연금입니다.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국민연금 체계를 개편하지 않으면 2047년에 적립 기금이 모두 소진됩니다. 이후에도 연금지급을 계속하려면 2050년에는 연금가입자들이 소득의 30%, 2070년에는 40%까지를 보험료로 납부해야 합니다.

재정악화가 가중되면 각종 경제문제가 파생됩니다. 노령인구를 위한 공공지출은 일시적인 재정적자나 차입에 의해 메울 수 없습니다. 세금 인상이나, 연금기여금·건강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합니다. 소위 국민부담률(국내총생산 대비 조세·사회보장기여금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이 경우 근로자의 조세·준조세 부담이 높아져 근로의욕이 떨어지고, 소비여력도 떨어지게 됩니다. 경기 변동을 완충할 수 있는 재정의 역할을 기대하기도 힘들어집니다. 극단적으로 국민 부담이 낮은 나라로의 해외이민이 급증할 수도 있겠죠.

◇대안은

고령화 문제의 핵심은 일하는 사람들이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수명이 늘어나도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질 좋은 노동력이 꾸준히 공급되면 잠재성장률 하락을 만회할 수 있습니다. 재정부담도 근로인구의 비율이 높아지면 어느 정도 상쇄됩니다. 일각에서 이민 유입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정부는 현재 출산율 제고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그래서 여성의 노동참여율을 높이고, 교육의 질을 개선해 생산성을 높이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기업들도 ‘나이가 차면 버리는’ 근시안적 사고에서 벗어나 재교육을 통해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인재 확보를 해야 한다며 ‘젊은 피’만 찾는 대기업들도 언제 ‘노동의 초과 수요’라는 부메랑에 직면할 지 모르니까요. 정치권도 ‘저 보험료, 고 급여’라는 현 연금체계 개편을 미룰 경우, 후배 세대에 더 큰 죄를 저지르는 것임을 명심해야 하겠죠.

유병률기자 bry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