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EBS ‘명동백작’ 종영/‘1%의 갈채’ 받은 문화드라마 실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EBS ‘명동백작’ 종영/‘1%의 갈채’ 받은 문화드라마 실험

입력
2004.11.30 00:00
0 0

1950, 60년대 고통의 실체는 무엇입니까? 가난입니까?이기지도 못하는 술을 그렇게도 마셔대다 결국 술 때문에 세상을 뜬 박인환. ‘대한민국 김관식’이라 적힌 명함을 들고 다니며 호기 하나로 세상과 맞섰던 괴짜시인 김관식. ‘반공’이라는 소리만 나오면 방 안에 틀어박혀 병자처럼 온몸을 덜덜 떨어야 했던 시인 김수영. "평범하게 사는 게 나에게는 죽음이에요"라며 시시한 세상을 조롱하듯 목숨을 끊은 전혜린. 이들은 왜 그리 괴로워 했던 것일까.

EBS의 문화사 시리즈 가운데 1편 ‘명동백작’(연출 이창용, 남내원·극본 정하연)이 28일 막을 내렸다. 24회 마지막회는 ‘명동백작’으로 불리던 이봉구(기자·소설가)가 후배 기자의 인터뷰에 응하며 떠난 이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꾸며졌다. 후배 기자는 끈질기게 고통의 실체에 대해 질문한다. 하지만 이봉구는 답하지 않는다. 다만 "누가 그들을 이해해 달라고 했나. 자네처럼 수학공식으로 세상을 보려는 사람들 때문에 죽어간 거야"라고 화를 낼 뿐이다.

시청률은 1%대로 초라했다. 아쉬운 점도 있다. 역사적 인물을 입체적으로 평가하지 못하고 낭만적으로만 그려냈다는 점이 그렇다. 특히 명동을 휘어잡았던 주먹 이화룡을 예술을 사랑하는 의인으로만 그렸다는 점도 흔히 지적돼 온 바다.

다큐멘터리도, 드라마도 아닌 독특한 구성이 일반 시청자의 폭 넓은 호응을 방해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다큐멘터리 치고는 세밀하지 못했고 드라마 치고는 기승전결 없이 주인공의 이야기가 단순 나열된 느낌이 강하다. 극 중간 사회자가 화면 속으로 뛰어들어 갑자기 설명을 늘어 놓는 형식도 낯설었다.

하지만 문화에 대해 진지하고 애정어린 시선을 보낸 거의 유일했던 시리즈, ‘명동백작’에 대한 마니아 시청자의 반응은 뜨거웠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주인공들의 뜨거운 삶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고 문인의 후손들도 "고맙다"는 말을 남기곤 했다. 이진우, 김성령, 박철호, 강태기 등의 연기도 호평을 받았다.

다음주부터 방영되는 문화사 시리즈 2편은 ‘100인의 증언, 60년대 문화사를 말한다’로 ‘명동백작’과 달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꾸며진다. 그 뒤를 잇는 3편은 ‘명동백작’을 맡았던 정하연 작가와 이창용 PD가 다시 손을 잡고 김승옥, 이청준, 김지하 등의 인물을 다룰 예정이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