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가 갈라지고 쪼개지기만 하니 도대체 도시 발전을 기대할 수가 있겠습니까?" 경기 의왕시가 몰려드는 고속도로, 철도 때문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도로가 뚫린다면 반가워해야 마땅할 일이지만, 문제는 도로가 생겨도 너무 많이 생긴다는 것이다.◆ 3개 고속도, 1개 철로 추가 개설
의왕시는 각종 산업도로와 철도가 관통하는 교통의 요충지. 현재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 의왕-과천 고속화도로가 도시를 가로, 세로로 관통하고 있다. 건설교통부와 경기도는 여기에다 의왕시를 가로지르는 제2경인연결고속도로, 수도권 서부고속도로, 호남고속철도 등을 민자사업으로 추진중이다. 이들 계획대로라면 의왕시에는 제2의왕-과천 고속화도로를 포함, 10여년 후 무려 6개 고속도로와 2개의 철로가 지나가게 된다.
의왕시 관계자는 "의왕시는 대부분의 토지가 그린벨트로 묶여 있어 개발이 유보돼 왔는데 그 자리를 도로, 철로가 속속 메우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시가지가 고천동 부곡동 내손동 3개 구역으로 완전히 외따로 나뉘어졌고 도시 풍경도 삭막해져 주민들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호남선 고속철도 지하화해야"
의왕시는 전체 면적의 93%가 그린벨트로 묶인 지역. 이 때문에 대부분의 땅이 미개발지로 남아있어 도로, 철로 등 사회기반시설이 들어서는 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주민들은 그러나 "경기도가 2개의 고속화도로를 의왕시내에 신설하려다 반발이 일자 한 개는 성남시로, 다른 한 개는 기존노선 확장 쪽으로 계획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는 정책 입안자들이 행정 편의에 의왕시에 무분별하게 도로를 개설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반발하고 있다.
박용철(54) 시의원은 "고속도로와 철로, 의왕내륙컨테이너터미널(ICD) 등으로 도시가 완전 사분오열돼 있다"면서 "특히 신규 고속도로가 시의 유일한 개발후보지인 그린벨트 해제 대상지역을 대부분 잠식해 이를 그대로 수용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의왕시와 시의회, 주민들은 이 때문에 ▦호남선 고속철도 지하화 ▦수도권 서부고속도로 시계 밖 이전 ▦의왕ICD 이전 등 3개 사항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주민들은 특히 22만평에 달하는 의왕ICD를 이전해 도시 기능을 살릴 수 있도록 하는 등 요구 사항을 외면한 채 의왕시에 도로 개설만 강요하는 정부와 광역단체의 정책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글·사진=이범구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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