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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 월요일 아침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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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 월요일 아침의 기적

입력
2004.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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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이면 해가 질 때까지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타고난 게으름 때문이겠지만, 쉬는 날 늘어지게 자고 싶은 마음을 누가 탓할 수 있으랴.몇 달에 걸친 작업이 끝나고, 피로와 함께 허탈감이 밀려왔다. 뭔가 색다른 궁리를 짜내던 중, 문득 월요일 아침 풍경이 궁금해졌다. 언젠가부터 내 인생에서 사라진 월요일 아침이 아니던가. 어쩐지 살풍경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럴싸한 사진 몇 장 건질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카메라를 챙겨 거리로 나섰다.

월요일 아침 6시, 아직도 어둠에 잠긴 지하철 역 입구. 이제 곧 ‘순대 속으로 기어들어갔던 밥버러지’들이 쏟아져 나오리라. 이른 아침 도둑촬영이 불쾌하겠지. 하지만 어때, 어차피 나는 오늘 이후면 이 시간과 당분간 안녕인데. 스스로 얼굴에 철판을 까는 사이 사람들이 올라온다.

누군가의 큰 딸일 여대생, 머리도 마르지 않은 채 영자신문을 읽으며 총총 걸음이다. 어느 집 막내아들일 고등학생, 큰 가방을 둘러메고 계단을 두 칸씩 뛰어오른다. 누군가의 어머니, 기름 절은 손으로 기계보다 빨리 토스트를 만들어낸다. 말쑥하게 차려 입은 어떤 이의 젊은 남편, 다이어리 넘기며 토스트를 먹는다. 그 뒤로 누군가의 아버지, 몇 가닥 남지 않은 머리를 감싸며 바람보다 빨리 걷는다. 모두들 하얀 입김을 피워대며 제 갈 길 바쁘다.

이상하다. 전혀 살풍경하지 않다. 피곤한 얼굴들이지만, 기운찬 힘이 서려있다. 그 힘들이 모여서 무거운 새벽어둠을 밀어낸다. 설명하기 힘든 감동이 밀려왔다. 그렇게 몇 분. 월요일의 이방인인 나는 한장의 사진도 찍지 못했다. 이 세상에 ‘기적’이란 게 있다면 그건 삶을 살아가는 힘, 바로 그것이다. 꿈을 위해 자신을 채찍질 하면서, 가족을 위해 희생하면서 월요일 아침을 살아가는 바로 당신. 기적의 주인공인 당신들은 그래서 존경 받아 마땅하다.

황재헌 연극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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