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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시베리아가 울고 갈 한국의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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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시베리아가 울고 갈 한국의 겨울

입력
2004.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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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시베리아는 벌써 겨울이다. 거리에는 벌써 눈이 두껍게 쌓여 있고 12월에 들어서면 영하 20~30도가 될 것이다. 낮의 길이가 짧아져 오전 10시쯤 먼동이 터서 오후 4시면 해가 진다. 사람들은 두꺼운 옷에 부츠를 신고 길 위를 미끄러지면서 다닌다.그래도 한국의 겨울이 더 힘들고 춥다. 오기 전에는 한국이란 나라에 겨울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막상 와보니 한국의 추위도 만만치 않다.

믿기 어렵겠지만, 시베리아에선 아무리 추워도 실내는 영상 25도 정도를 유지한다. 그래서 아무리 겉옷을 두껍게 입어도 속은 얇게 입는 경우가 많다. 러시아의 공공건물은 대부분 탈의실이 있어서 들어설 때 무거운 옷들은 맡겨놓는다. 내복도 얇은 타이즈가 주류다.

서울에서도 특히 서울대는 산속에 있고 건물들이 오래돼서 그런지 찬 바람과 추위가 시베리아 출신인 나한테도 힘들다. 오죽하면 서울대는 "여름엔 난방이, 겨울엔 냉방이 잘 되는 곳"이라고 농담을 한다. 늦게까지 공부하고 싶어도 일과시간이 끝나면 난방도 꺼져 쉽지 않다. 하긴 겨울에 사무실에서 점퍼를 입거나 가스난로를 켜고 일하는 한국사람이 많으니 서울대만 그렇다고는 볼 수 없다.

거리도 마찬가지다. 시베리아는 겨울에 바람은 거의 불지 않고 건조하지만, 한국은 매서운 바람이 불면 걸어 다니기도 어렵다. 신기한 것은 그런데도 한국사람들은 옷을 많이 입지 않는 다는 것이다. 시베리아에선 가을에나 입을 옷을 입고 다닌다. 게다가 모자나 장갑을 쓰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 추위에 강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겨울에 난방을 제대로 안하는 지도 모르겠다.

나는 한국사람들보다 언제나 두껍게 입고 다닌다. 남들 얇은 점퍼 입을 때 나는 오리털 파카를 입고 영하로 떨어지면 장갑에 모자를 쓰고 다닌다. 그래서 친구들은 내가 시베리아 사람답지 않게 추위에 약하다들 한다.

러시아에는 "시베리아 사람은 추위를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옷을 따뜻하게 입는 사람들"이라는 말이 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추운 날씨에 젊은 아가씨들이 미니스커트를 입고 덜덜 떨면서 다니는 것이 무척 신기했었다. 하긴 멋을 위해 많은 돈을 들여 수술까지 하는 사람이 많은 것을 보면, 한국 사람들에겐 추위보다는 멋이 우선인 것 같다.

찬 바람이 세진다. 러시아에 그 따뜻한 겨울 옷들을 왜 두고 왔는지 후회가 된다.

아나스타샤 수보티나 러시아인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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