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임러크라이슬러의 ‘300C’는 크고 튼튼하다. 높은 그릴과 묵직한 차체가 위압적인 분위기를 자아낼 정도다.때문에 일각에선 9·11테러 이후 미국인의 선호도를 보여주는 차라는 평도 나온다. 웬만한 테러엔 꿈쩍도 하지 않을 방탄차 같다는 인상을 준다. 실제 300C는 유리창이 좁다. 시야를 확보하기 보다는 강철판으로 덮는 데 주력한 셈이다.
안전만을 최우선으로 삼은 건 아니다. 300C는 다임러크라이슬러가 미국차의 자존심 회복을 내 걸고 출시한 차다.
크라이슬러의 첫 프리미엄급 세단으로 자동변속기와 18인치 타이어 등 상당 부분을 메르데세스-벤츠 E클래스 세단과 공유하고 있다. 그 동안 유럽의 럭셔리 세단이 주로 채택해온 후륜 구동 방식을 채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렉서스와 인피니티 등 일본 차에 빼앗기고 있는 프리미엄 시장을 회복하겠다는 다짐을 읽을 수 있다.
이러한 의도는 어느 정도 적중하고 있다. 4월 미국 시장에 선보인 이후 10월 말까지 총 8만7,607대가 팔렸고 현재 4만7,000여대의 주문이 밀려 있을 정도로 폭발적 인기다.
성공의 배경엔 프리미엄 세단의 각종 성능 이외에도 가격 경쟁력을 빼 놓을 수 없다. ‘300C’는 우리나라에서 3.5 모델이 5,680만원, 5.7 모델은 6,580만원이다. 현대차 ‘에쿠스’ 최고급 모델(7,000만원 대)에 비해 오히려 저렴한 편이다.
수입차 프리미엄과 차량 크기를 중시하는 우리나라 소비자의 성향 등을 고려하면 더욱 호소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 300C는 우리나라에서 출시되자 마자 초도 물량인 50대가 모두 팔려 나갔고 이미 200대 이상의 계약고를 올린 상태다.
‘300C’의 300은 2차 대전 직후 미국 차가 추구했던 최고 출력 300마력 이상의 슈퍼카에서 비롯됐다. 숫자 뒤의 알파벳은 이러한 차들의 시리즈를 일컫는다. 이번에 출시된 ‘300C’는 340마력을 자랑하며 6.4초만에 시속 100㎞에 도달한다. 그러나 연비가 ℓ당 7.9~6.7㎞로 다소 기름을 많이 먹는 게 흠이다.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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