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에게) 바라는 것이 많으면 섭섭함도 그만큼 커집니다. 바람이 없으면 섭섭함도 없지요. 남편이, 아내가 무척 섭섭하게 느껴질 때 나는 그에게 무엇을 주었나 먼저 생각해보세요. 주는 사랑에 익숙한 사람만이 이혼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김영희씨가 이혼조정 경험을 바탕으로 ‘만남, 사랑 그리고 헤어짐’(행복한 책가게)이라는 제목의 단행본을 출간했다.
김씨는 1997년부터 8년째 법정이혼 당사자들의 분쟁을 조정하는 일을 하면서 국내서는 유례가 없는 이혼조정성공률 70%를 자랑, 화제를 모은 인물이다.
김씨는 ‘부부위기는 일종의 암(癌)’이라고 말한다. "암이 무서운 이유는 ‘소리없이 온다’는 것입니다. 조기발견이 어렵기 때문에 멀쩡한 사람이 자신도 모르는 새에 죽음의 문턱에 서게 되거든요. 부부위기도 마찬가지예요. 이혼법정에서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떻게 이 지경까지 왔을까 한탄합니다. 부부간에 대화가 단절된 상태로 서로 참고만 살다보면 상처는 곪아터지기 마련이지요."
김씨는 암과 같은 부부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참는다’는 태도를 버리라고 말한다. 참고 산다는 게 ‘용서하고 넘어간다’가 아니라 ‘대화를 안하겠다’는 부정적 의지의 표현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건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거지요. 부부간에 충분한 대화를 통해 불만스러운 것을 서로 공유하고 고치려 노력해야 해로할 수 있습니다. 물론 즉각적인 대응이 아닌 한 템포 늦춰 흥분을 가라앉힌 상태에서 대화하는 지혜가 필요해요. 처음부터 100점짜리 상대가 어디 있나요? 결국 부부란 51점짜리 상대를 만나 100점짜리 배우자로 서로 키워가며 사는 것임을 잊어선 안됩니다."
김씨는 책을 통해 이혼조정 과정에서 만난 다양한 인물들의 사연과 ‘1년 365일중 360일은 이혼을 꿈꾸며 살았다’는 본인의 20, 30대 결혼생활을 반추하면서 결혼과 이혼, 인생의 의미를 진지하게 성찰한다. "제 책이 이혼을 생각하는 사람뿐 아니라 결혼을 앞둔 사람들에게 단 1분만이라도 부부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혼을 막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단지 정말 결혼생활에, 인생에 충실했나를 반성해보는 기회가 됐으면 하지요."
책을 집필하는 여름 내내 한냉알레르기에 걸려 선풍기와 에어컨도 틀지 못하고 삼복더위와 씨름했다는 김씨는 이 책의 수익금 전액을 이혼으로 인한 결손가정 아이들에게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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