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거래소 이사장 후보 추천위원회는 자신들이 소신껏, ‘전문가적 양심으로’ 추천한 3명의 후보가 외압설로 전원 사퇴하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상당히 자존심이 상했을 것 같다.만장일치로 지지한 후보가 ‘스트롱한(힘센) 사람’에게 직간접의 사퇴압력을 받았다면 그것은 고유의 추천권을 훼손당한 것이고, 결국 ‘코드 인사’를 위해 자신들을 들러리 세웠다는 뜻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사파동이 확대되자 추천위는 26일 심야회동을 갖고 새로운 인사를 재추천하기로 결정했다. 끝까지 책임을 다한다는 뜻이겠지만 자신들의 추천권이 ‘개입할 권한도 이유도 없는 누군가’에 의해 짓밟힌 마당에 다시 한번 원점에서 추천을 하겠다니,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게다가 추천위원 중 한명인 권영준 경희대 교수는 "(후보들이) 자진해서 사퇴를 했다니, 삼척동자도 웃을 일"이라며 외압설을 정면으로 제기한 장본인이다. 권 교수는 "당연히 추천위가 추천한 사람이 이사장으로 선임돼야 한다"며 재추천에 반대하고 있다.
추천위 내부적으로도 잡음이 끊이지 않는 와중에 이사장 추천위원장인 정광선 중앙대 교수는 "(이사장 선발은) 국가적 중대사이므로 추천위원들이 역할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진화에 나섰다.
추천위는 민간쪽을 중심으로 자격자를 발굴할 방침이다. 하지만 추천위가 그동안 관료출신만을 물색한 건 아니지 않은가. 힘과 재량은 없고 책임만 많은 이사장 자리에 오겠다는 민간인이 드물었고, 가능한 인재 풀 가운데 ‘가장 낫다’ 싶은 사람을 지지한 것이 아니었나.
소신껏 추천한 사람이 외압으로 사퇴했다면 추천위원들도 다 물러나는 게 마땅하다. ‘그곳’의 입맛에 맞을 때까지 계속 다시 추천하겠다는 뜻이 아니라면.
남대희 경제과학부 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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