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수능 커닝 제2조직 적발대학수학능력시험 휴대폰 부정행위를 위해 모인 수험생들의 ‘커닝 조직’은 몇 개나 될까.
광주에서 제2의 수능 부정 조직이 추가로 적발됨에 따라 그 조직의 규모와 연루된 학생의 수에 지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제2의 커닝 조직이 있다’는 의혹에 대해 "그런 것은 없다"며 서둘러 수사를 덮으려던 경찰로서도 전면 수사확대가 불가피해졌다.
경찰은 우선 추가 적발된 학생들의 부정 수법이 이미 적발된 광주 S고 등 6개교 141명의 수험생들이 시도했던 것과 동일하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수법이 같다는 점은 어떤 형태로든 학교간 ‘연합조직’이 형성돼 있을 개연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실제 경찰수사 직후 터져 나온 "학교별로 커닝 모임이 있다. 여고생 커닝 조직도 있다"는 의혹과 주장들을 경찰이 흘려 듣지 않고 탐문과 진상조사에 나선 것도 이를 방증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휴대폰 부정행위가 광주에서는 이미 학생들 사이에 ‘상식’이 돼버린 것 같다"며 "광주 뿐 아니라 전국을 상대로 학내 조직 존재 여부를 조사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학내 부정행위 조직에 대한 수사확대시 학교측의 강력한 반발이 우려돼 조심스레 접근하고 있다.
경찰의 추가 적발 단서가 광주시교육청이 홈페이지에서 삭제한 수능 부정행위 제보 글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교육청은 여론의 뭇매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시교육청은 수능 직전 이 같은 제보 글 16건을 "해당 학교의 명예를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삭제했지만 경찰은 이 글을 복구해 부정행위 제보가 사실임을 밝혀냈다.
인터넷 제보가 사실로 드러나면서 그간 숱하게 제기됐던 커닝 대물림과 학부모 개입·묵인, 일진회 개입설 등 의혹들도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경찰이 이미 적발된 부정행위 가담자 중 돈을 주고 답안을 전달받은 부정응시자 103명을 전면 재소환하고 학부모들의 은행 계좌 추적에 나선 것도 이 같은 판단에서다.
특히 일부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이번 수능에서 휴대폰을 통한 부정행위 가담자 수가 600여명이 넘을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온 상태여서 주목된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될수록 부정행위 가담 수험생들의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며 "이제 수사를 덮으려 해도 덮을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려 전체 부정행위 조직과 규모를 철저히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 구속학생 처벌 어떻게
대학수학능력시험 휴대폰 부정행위사건에 연루된 고교생들은 어떤 정도의 처벌을 받게 될까.
고교생 12명은 구속까지 됐지만 최종적으로 실형을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광주지법 영장전담 이창한 판사는 "실형 등 가벌성이 높아서라기보다는 ‘상징성’을 많이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또 "청소년들이기 때문에 기소 후 담당재판부가 소년부 송치를 결정하면 소년원에 가게 되거나 보호감찰 정도의 처분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부정행위 사실이 들통나면 시험응시 자체가 무효 처리되는 ‘행정적 처벌’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형사처벌 수위는 그다지 높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사실 이번 사건이 불거지기 전 국가고시 등에서 적발된 단발적인 부정행위사건에서 기소까지 간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대리시험 사건은 대가로 주고받은 금품의 액수 등 죄질에 따라 실형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 법원 관계자는 "대리시험은 휴대폰 부정행위보다 더 엄중하게 처벌 받을 것"이라며 "특히 휴대폰 부정행위는 부탁 때문에 정답을 보내기만 한 경우 등 가담정도가 낮은 수험생들도 많아 기소유예까지 가능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커닝 대물림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을 때 이미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에 대한 처벌이다. 20세 미만일 경우 소년부 송치도 가능하지만 20세가 넘으면 일반 형사재판을 받아야 한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죄는 공소시효가 5년이기 때문에 대학생은 물론, 대학을 졸업한 사회인까지 처벌이 가능하다.
이진희기자river@hk.co.kr
■ 감독교사·학교·교육청까지 책임 물을 듯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휴대폰 부정행위사건으로 구속된 주동자급 수험생 6명이 26일 광주지검에 송치됨에 따라 향후 검찰 수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은 사실상의 재수사를 벌여 제2의 조직을 확인했지만 추가 가담자 존재와 커닝 대물림, 학부모 개입 등에 대한 의혹은 풀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들 의혹에 대한 수사를 도맡다시피 해야 하는 검찰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향후 검찰 수사의 핵심은 부정행위 가담자들로부터 의혹 부분에 대한 진술을 받아낼 수 있느냐 여부이다. 현재 이들은 하나같이 "우리끼리 한 일로 외부 개입은 없었다"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서 밖에서는 언론 등을 통해 경찰 진술과는 다른 주장들을 쏟아내면서 의혹들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경찰도 이 때문에 재수사에 착수할 수밖에 없었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성과가 없다. 이번 사건의 사회적 파장을 고려할 때 검찰이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 구속자들을 기소하는 시점은 중요하지 않다"며 "구속된 12명 외에 추가 구속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강한 수사의지를 보였다.
검찰 수사가 어디까지 나갈 것이냐는 부분도 큰 관심사이다. 경찰에서 시작된 일반 사건의 경우 검찰은 주요 피의자들의 혐의사실 인정 여부를 파악한 뒤 간단한 보강수사만 거쳐 마무리하는 게 통상적인 수순이었다. 그러나 사건 직후 수능 부실감독과 제보 묵살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감독교사와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들에 대한 사법처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비등해 속단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부정행위와 관련해 당시 감독교사는 물론, 부정행위 수험생이 다니는 학교의 직무유기 여부를 가릴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해 수사 범위에 제한을 두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광주=안경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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