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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동물에게 귀 기울이기

입력
2004.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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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래까마귀새는 짝을 맺은 후 서로에게 정성을 다한다. 인간 뿐 아니라, 동물에게도 ‘헌신’은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힘이다. 서로의 깃털을 다듬어 주고, 새끼들에게 먹이를 먹이는 중에도 틈틈이 서로의 부리를 껴안으며 사랑을 확인한다. 수컷 회색 기러기는 배우자를 잃으면 짝짓기를 멈춘다. 퓨마의 공격으로 남편 여우가 세상을 뜨자 땅에 시신을 묻은 후 주변을 하염없이 맴도는 암컷 붉은 여우도 있다.‘동물에게 귀 기울이기’는 희로애락의 감정과 지적 사고가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말한다. 꿀벌은 ‘같다, 아니다’를 판단할 수 있고 코끼리는 동료의 죽음에 애도를 표한다. 쥐는 꿈을 꾸고, 여우는 행복에 들뜰 줄 알며 침팬지는 약초를 뜯어 병을 스스로 치료한다.

콜로라도대학 생물학 교수이자 콘라드 로렌츠, 니콜라스 틴베르헨의 뒤를 잇는 동물학자인 저자 마크 베코프는 동물의 삶을 통해 겸손을 가르친다. 30여 년간 동물을 연구했으며, 제인 구달과 함께 ‘동물을 윤리적으로 대우하기 위한 동물 행동학자들’ 모임을 이끌고 있는 그는 동물의 행동을 ‘동물의 왕국’ 식으로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인간과 동물이 별개의 종이 아니라고 말한다. 알려진 바와 같이 인간과 침팬지는 1,271개의 아미노산 위치 가운데 오직 5개만이 차이를 보인다. 침팬지는 원래 콩고 사투리로 ‘모조인간’이라는 뜻이다. 사람도 알고 보면 99.6% 정도 침팬지인 셈이다.

‘왜 동물을 연구하는가.’ 동물 연구자들이 흔히 부딪히는 질문이다. 이 책의 대답은 아마도 "우리 자신을 알게 해 준다"일 것이다. 베코프 교수는 콜로라도주 볼더 외곽의 산속에서 수많은 동물들과 땅을 공유하며 살고 있다. 스컹크가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인사를 건네기도 하고, 노새사슴이 부엌 앞에서 풀을 뜯어 먹기도 한다. 가끔은 퓨마나 아메리카 곰과 만나기도 한다. "동물들과 함께 하던 어느 날, 내가 누구인지를 배우게 됐다. ‘그들’과 ‘우리’ 사이의 경계는 매우 희미하며 충분히 넘나들 수 있을 정도"라고 그는 말한다.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선물 역시 우리의 내면을 돌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오만을 반성하고, 동물의 삶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 역시 얼마나 풍부하고 신나는 것인지 깨닫게 된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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