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쌀 개방 협상을 둘러싸고 농림부 전 장관과 현 직원들이 날카롭게 맞서고 있다.국민의 정부 시절 농림부 장관을 지낸 김성훈 경실련 공동대표(중앙대 교수)는 최근 한국일보 등 주요 일간지 기고(본보 11월 24일 A30면)를 통해 과거 부하 직원들이 진행 중인 쌀 협상 방식을 신랄히 비판하고 나섰다.
김 전 장관은 "정부의 쌀 협상이 완전 개방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듯 하다"며 "협상이 결렬되면 다음해부터 무조건 관세화를 해야 한다는 정부 주장은 협상 실패를 미리 내다보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속셈"이라고 질타했다. 우루과이라운드(UR) 협정엔 2004년까지 ‘이해 당사국끼리 쌀 재협상을 한다’고만 돼 있을 뿐, 협상이 결렬됐을 때 무조건 관세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는 것이다.
그는 비전문가 위주의 소극적인 통상외교 조직에 대해서도 ‘해체’ 수준의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김 전 장관은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할 때 우리나라가 앞장서 동의해줬던 사실을 중국측에 충분히 상기시키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예로 들며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쌀 협상 내용을 전면 재검토 하라"고 거듭 강조했다.
농림부 직원들은 한때 자신들이 모셨던 전직 장관의 강도 높은 질타에 대해 상당히 껄끄러운 입장이면서도 ‘할 말은 해야겠다’는 자세다. 김경규 농림부 국제협력과장은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의 쌀 산업은 어느 시점에선 관세화로 갈 수 밖에 없다"며 "무조건 쌀 시장을 개방하자는 게 아니라 시간문제에 불과한 개방의 불가피성을 알려 최선의 대책을 모색하자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고 반박했다. 올해 협상 타결 실패 후 바로 관세화를 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나, 정부로선 최악의 경우를 미리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농림부 관계자는 "전직 장관으로서 주요 농업현안에 대해 충분히 조언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농림부를 포함한 협상단의 미숙함 탓에 쌀 협상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몰아세우는데 동의하기 어렵다"고 김 전 장관의 발언을 아쉬워했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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