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해외순방 결과를 설명하기 위한 청와대 회동은 정국현안에 대한 직접적 실질적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성과나 의미가 없다고 일부러 절하할 필요는 없다. 특히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얼굴을 맞대고 처음으로 국정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는 사실을 새길 만하다. 여야 정치권은 그 분위기와 자세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비록 제한된 주제들이긴 하지만 가파른 대치 정국에서 두 지도자가 각자의 견해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 들은 것은 소득일 것이며, 이를 생산적으로 소화해 가야 한다. 두 사람은 부분적으로 같은 인식을 확인하면서도 분명한 이견도 노출했다. 노 대통령과 박 대표는 심각한 경제난과 민생고에 대해 인식을 같이 했다. 그렇다면 국정운영의 우선순위와 기본축이 이를 중심으로 구체화하도록 할 바를 제대로 하는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다. 어렵사리 마련된 지도자들의 대화가 이런 성과로 이어지지 않으면 허울만 좋은 정치쇼를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초미의 관심사인 4대 쟁점법안 문제에 대해 노 대통령이 여당과 정치권에 선을 그은 태도는 실망스럽다. 그는 "당정이 분리돼 대통령이 당에 대한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는 원론으로 자신이 마치 제3자인 양 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여당의 국가보안법 폐지 당론을 이끈 당사자이며 그로 인해 지금 국론분열의 진통을 겪게 된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민생경제를 중요시한다면서 민생경제에 방해가 되는 핵심 쟁점을 비켜 간 것은 믿음직하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 지도자들은 회동에 성실하게 임한 것으로 비친다. "다수당으로서 양보하고 야당과 국민의견을 존중하겠다"는 여당 원내 대표의 말이 상대의 인정과 상생의 정치로 실천돼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