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박물관은 변한다. 영화는 늘 현재에 존재하고, 늘 새로운 미래를 꿈꾸기 때문이다. 1999년 문을 연 국내 첫 영화박물관인 제주신영영화박물관(관장 이덕상·남제주군 남원읍 남원리)도 갈 때마다 조금씩 모습을 달리한다. 새로운 한국의 영화역사를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어느 때보다 한국영화가 그 위력을 떨쳤던 지난해와 올해는 이 박물관도 바빴다. 요란한 ‘관객 1,000만명 시대’의 축제가 끝난 자리에서 그 흔적들을 찾아 하나의 ‘기록’으로 간직해야만 했다. 연건평 1,000여평 규모의 박물관에 그것들이 모두 모여있다.
아직도 그 흥분과 감동이 가시지 않은 ‘태극기 휘날리며’와 ‘실미도’를 기억시켜 주는 소품과 각종 자료들. 강제규 감독은 이곳에 동생을 구하기 위해 광기어린 눈길로 전장을 누비며 마구 살인을 저지르던 장동건의 철모와 총, 그런 형을 울부짖으며 말리던 원빈의 군복과 군화, 반합을 기꺼이 맡겼다. ‘실미도’의 소품을 담당했던 아트서비스 역시 설경구가 입었던 얼룩무늬 군복과 무자비한 폭력의 상징인 곤봉, 낡은 배낭을 내놓아 영화에 스며든 역사의 아픔을 되새기게 해준다. ‘공동경비구역 JSA’의 송강호 이병헌 이영애, ‘은행나무침대’의 한석규와 진희경도 마네킹과 특수분장으로 이곳에 서서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를 증명해 주고 있다.
박물관을 찾은 사람들은 그저 배우 사진과 트로피, 포스터로 지나간 한국영화 역사나 확인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잠시 유명스타가 되고 감독이 된다. 녹음실에는 마치 후시 녹음을 하듯 대형화면을 보며 ‘말죽거리잔혹사’의 권상우와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의 대사를 직접 흉내내 보기도 하고, 단순히 사다리에 오르기만 하면 ‘007시리즈’의 아찔한 장면을 영상합성을 통해 연출하는 경험도 한다. 연인들은 ‘키스의 미학’ 코너에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크라크 케이블과 비비언 리처럼 키스하고, 아이들은 컴퓨터그래픽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든다.
교육과 추억과 체험의 공간인 신영박물관을 찾는 사람은 1년에 40여만명. 그 중 외국인이 10%나 된다. 이덕상 관장은 "그들 대부분은 관광버스가 데려다 주는 단체 관광객이 아니라, 일부러 지도를 들고 찾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들을 위해 내년 5월5일에는 주차장에 100여대 규모의 ‘자동차극장’도 만들고, 박물관 뒷편에 야외촬영세트장도 세울 계획이다. 또 별도 코너를 만들어, 이미 기증을 약속한 유현목 신상옥 임권택 감독의 영화자료와 소장품 전시도 준비중이다. 이 관장은 "내 사무실을 비워서라도 계속 새로운 한국영화의 역사를 담고, ‘꿈’을 체험하는 공간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홈페이지 www.jejuscm.co.kr
제주=이대현기자 leedh@hk.co.kr
■ 절벽위 아열대 정원 ‘이국 정취’… 야외 통돼지 바비큐 별미
제주신영박물관이 자리잡은 곳은 ‘남원해안경승지 큰엉’. 박물관을 나서면 울창한 아열대 정원에서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의 네 친구와 공룡, 죠스 등을 만난다. 그리고 나면 곧 제주 남쪽 바다에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펼쳐지고, 그 절경을 2km의 산책로가 기다린다. 그 길을 따라 동쪽으로 500m 걷다 보면, ‘바다를 향한 문’이란 뜻의 지중해풍 건물 포틀마리나(사진)를 만난다. 펜션을 겸한 야외통돼지 바비큐하우스이다. 지난 19일 일본에도 수출을 시작했다는, 주인 오영익씨가 농장에서 직접 기르는 흑돼지고기를 500여평의 정원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마음껏 먹을 수 있다. (064)764-9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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