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보험상품을 파는 방카슈랑스의 2단계 시행(내년 4월) 여부를 둘러싸고 업계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유력한 해법의 하나로 솔솔 흘러나오는 것이 ‘1년 연기설’. 일각에서는 아예 시행 연기가 확정된 것처럼 여론 몰이에 나서는 듯한 분위기다.연기론자들의 주장은 이렇다. "은행에서 보험을 팔다 보니 가입 강요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 연금보험 등 저축성보험(1단계)에 이어 내년 4월 자동차보험 등 보장성보험(2단계)까지 은행에서 판매하면 중소형 보험사는 줄도산 위기를 맞을 것이고, 보험설계사들은 무더기로 거리로 내몰릴 것이다. 제도 보완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속도 조절을 통해 부작용을 해소하고 충격을 줄일 수만 있다면, 시행을 다소 연기하는 것이 그리 나쁘지는 않을 듯도 싶다. 그렇지만 냉정하게 볼 때, 1년의 유예 기간을 둔다 해도 지금과 달라질 것은 그다지 많지 않아 보인다.
아무리 감독을 강화해도 은행들의 보험꺾기 행위가 완전히 근절되지는 않을 것이고, 중소형 보험사들의 경영상태가 크게 개선되기도 힘들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나 보험사가 보험설계사를 위한 뾰족한 생계대책을 내놓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연기론은 본질적으로 타협과 절충의 산물이다. 보험업계와 은행권 입장의 타협인 동시에, 현실과 정책 일관성 사이의 절충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려운 사안일수록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방카슈랑스의 취지가 옳았고 현재 그 취지에 부합되게 운영되고 있다면, 2단계는 예정대로 시행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최근 정치권이 발의한 법안처럼 2단계 시행을 전면 유보하는 것이 옳다. 당장 골치 아프다고 어정쩡한 절충을 택하면, 1년 뒤 똑같은 논란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이영태 경제과학부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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