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제작사 에이트픽스(대표 송병준)가 만든 24부작 드라마 ‘비천무’(극본 강은경, 연출 윤상호)는 한국 드라마 제작·유통 시스템을 흔드는 실험이다.이제껏 우리가 보아온 드라마는 둘 중 하나였다. 지상파 3사가 직접 만든 것과 방송사가 ‘발주’하고 외주제작사가‘하청’을 맡아 납품한 것. 또 어느 쪽이 됐든 첫 방송 전에 미리 찍어두는 분량은 잘해야 고작 3~4회뿐이고, 작가가 방송시간에 쫓겨가며 대본을 쓰고 그렇게 나온 대본으로 PD와 연기자들이 밤을 새워가며 찍어낸다는 점에서 매한가지였다.
‘비천무’는 이런 시스템과 결별했다. 기획은 말할 것도 없고, 80억원에 달하는 제작비도 20억원 가량은 중국 제작사인 상해제편창(上海制片廠)에 중국 판권을 사전 판매에 조달하고 나머지는 국내에서 자금을 조달해 자체 해결 했다. 또 대본이 전부 나온 상태에서 4월부터 8개월에 걸쳐 중국 올 로케이션을 통해 100% 사전 제작했다.
에이트픽스는 방송사에는 국내 방송권만 주는 조건으로 현재 지상파 3사와 협상을 하고 있다. 송병준 대표는 "현재 KBS가 주고 있는 편당 제작비 9,500만원보다는 좀더 높은 가격을 받길 바라며, 지금까지는 SBS와의 협상이 가장 진전돼 있다"면서 "‘비천무’가 방송사로부터 어떤 조건으로 어떤 대접을 받는 지가 앞으로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제작되는 드라마들의 지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수출에 관해서는 "중국에서는 이미 각 성(省) 별로 배급이 끝났다. 홍콩 쪽에서도 여러 회사가 사상 유례 없는 가격으로 러브 콜을 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혜린의 동명 인기 만화가 원작으로, 김희선 신현준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비천무’는 ‘신감각 판타지 무협 서정극’을 표방한다. 중국 원 말기를 배경으로 고려인 유진하(주진모)와 몽골인 타루가 설리(박지윤)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무협’이라는 장르에 녹였다.
24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첫 회가 공개된 ‘비천무’는 HD(고화질) 촬영을 통한 화려한 영상과 큰 스케일을 자랑했다. 그러나 중국 무협 드라마와의 차별성이 크지 않고 박지윤의 이미지나 연기가 설리 역과 썩 어울리지 않는 등 허점도 드러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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