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콤플렉스에 시달려 온 이 정권이 싫어하지 않을 뉴스가 하나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기업 151개사를 대상으로 현 정부의 경제정책 성향을 설문조사한 결과 ‘좌파는 아니지만 이상에 치우쳤다’는 응답이 58.6%로 절반을 넘었고 ‘중도적’이라는 답변도 30.7%나 차지했다. ‘좌파적’은 8.6%, ‘우파적’은 2.1%에 그쳤다. 설문이나 답변이 좀 거칠기는 하지만 기업들의 태도가 이 정도라면 정책에 대한 이념적 편견의 굴레는 벗은 셈이다.이 뉴스가 나온 날 이정우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은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너무 시장주의적으로 가는 면이 있다, 지난 40년간 성장주의에만 매달려 분배 차별 사회적 연대 같은 개념을 너무 등한히 해 와 그런 말을 하면 분배주의, 심지어 좌파라는 얘기를 들었다, 복지제도가 미비한 데도 서구복지병과 역차별을 걱정할 정도로 사회적 인식이 많이 부족하다"는 글을 ‘청와대 브리핑’에 실었다.
우리는 이 위원장의 온정주의적 성찰에 공감하며 ‘개혁을 통한 사회 전 부문의 균형발전’이라는 참여정부의 비전도 존중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 정부가 일을 추진하는 방식과 순서에는 명백한 의문을 갖고 있다. 이 위원장은 "우리가 복지를 더 늘려야 하고 큰 부작용 없이 늘릴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복지의 구체적 내용을 밝히고 그것이 참여정부 출범 이래 소득분배 구조가 어떻게 개선됐는지를 먼저 설명해야 한다.
정확한 자료가 없어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빈부계층의 양극화가 이 정부 들어 더욱 심화했다는 것이 일반적 진단이다. 이 위원장은 가진 자의 이데올로기인 신자유주의적 시장질서가 이런 상황을 가져왔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학자적 이상으로 현실의 곤궁함을 해결할 수는 없다. 기업과 가계가 떠나버린 시장에서 룰만 외치는 돈키호테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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