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경화로 혼수상태에 빠진 아버지를 위해 두 딸이 빈혈 증세를 무릅쓰고 간을 이식해 주었다.25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이규봉(54)씨는 기증자의 장기 용량이 적을 경우 두 사람의 장기를 절반씩 이식하는 ‘2 대 1 이식’ 방식으로 수술을 받고 무균실에서 회복 중이다.
충남 논산에서 딸기 농사를 짓는 이씨가 B형 간염 판정을 받은 것은 작년 봄. 평소 건강에 자신이 있던 이씨는 이후 꾸준히 치료를 받았는데도 그 해 가을 간경화로 발전했다. 급기야는 올 6월 병원측이 간 이식 수술까지 권유했다.
그러나 부인은 마른데다 키가 매우 작았고, 몸무게가 40㎏도 안 되는 막내를 비롯해 세 딸은 대체로 간을 이식하기엔 건강한 체격이 못 됐다. 이 때문에 이씨는 아내와 아이들의 간 기증을 만류했다. 그러나 병세는 계속 나빠져 결국 사경을 헤매게 됐다.보다 못한 큰 딸 나영(26)씨가 용기를 내 장기 기증 검사를 받았다. 간 크기가 너무 작다는 판정이 나오자 이미 빈혈 때문에 간 이식은 어렵다는 판정을 받은 둘째 딸 종은(23)씨도 "조금 위험하더라도 아버지를 살리겠다"고 나섰다.
급하게 적혈구 수혈을 받은 종은씨가 수술대에 오르면서 세 부녀의 ‘간 나누기’ 수술이 시작됐고, 2 대 1 이식술의 권위자인 이승규 교수 집도로 20시간 넘게 진행된 수술은 성공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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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에 앞서 큰딸 나영, 아버지 이규봉, 둘째 딸 종은씨(왼쪽부터)가 성공을 기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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