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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수능감독 禍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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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수능감독 禍 키워

입력
2004.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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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능에 군·경 동원?/ 네티즌 감독강화 이색제안 봇물"수험생의 학부모를 시험감독 보조요원으로 활용하자."

대학수학능력시험 휴대폰 부정행위사건과 관련해 교육 당국 인터넷 홈페이지와 주요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수능 감독 강화를 위한 네티즌들의 이색 제안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광주시교육청 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선생님들은 모두 다 똑같은 제자이기 때문에 부정행위를 해도 용인해 주는 게 사실"이라며 "경찰관과 군인을 총동원해 ‘철통 같은 경비’를 하자"고 제안했다. 교육인적자원부 게시판에는 "수험생 학부모를 감독 보조요원으로 활용하면 자기 자녀들이 손해보지 않도록 부정행위를 철저히 감독할 것"이라는 글도 올라왔다. ID ‘학부모’는 모 포털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내년엔 시험실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 부정행위자를 현장에서 즉시 적발, 퇴실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자메시지 내역을 조회해 부정행위자를 색출해내자는 의견은 이번 사건이 터진 이후 가장 많이 나오고 있는 제안. ID가 ‘수험생’인 한 네티즌은 서울시교육청 게시판에 "수능일인 17일 오전 8시40분부터 오후 5시 사이 발송된 문자메시지 중 숫자로 조합된 메시지만 골라 내역을 조사해 보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통통신업체측은 "문자메시지 내용별로 발신자를 가려내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수능을 전부 주관식 단답형으로 바꾸자는 의견, 일명 ‘수파라치’(수능과 파파라치의 합성어)제도를 도입해 신고자에게 포상금을 주자는 의견, 수능 응시료를 올려 최첨단 감시시스템을 설치하자는 아이디어 등이 나왔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 "사소한 부정행위는 눈감아줘" 실토도

이번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여학생 응시반 감독으로 참가한 서울 D고 C(41·여)교사는 수험생들의 신원을 확인하면서 몹시 당황했다. 주민등록증과 수험표상의 사진이 확연히 달라 보이는 수험생이 전체 32명 중 10여명이나 된 것. C교사는 일일이 "본인이 맞느냐"고 물어봤지만 수험생들은 "성형수술해서 그렇다" "다이어트를 했다"고 대답해 더 이상 조사를 하지 않았다. 다른 학교에서 역시 여학생 감독으로 들어간 K고 S(33)교사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5, 6명 정도가 사진과 얼굴이 전혀 달랐지만 별도의 조사는 하지 않았다. 그는 "학생들의 심적 동요가 우려돼 의심은 갔지만 그냥 지나쳤다"고 말했다. 이들 교사들은 "얼굴이 확연히 다른 경우가 아니면 적발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아마 휴대폰 부정행위보다는 대리시험 쪽이 훨씬 쉽기 때문에 이 쪽의 부정 행위가 더 많았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각 시험실에 배치되는 교사들의 부실한 감독이 각종 부정행위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교사들은 적극적인 부정행위 적발보다는 안정적인 시험 분위기 유지에 주력하는데다 작은 부정행위는 모른 척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어 부정행위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경기 G고 H교사는 "2명의 감독관이 문제지를 나눠주고 수험생 얼굴도 확인해야 하는데 휴대폰 회수 등을 위한 몸수색을 할 시간이 있겠는가"라며 "게다가 화장실 가겠다고 나간 수험생이 몰래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답안을 보내는 것까지 어떻게 막겠느냐"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다른 고교 교사는 "일부 수험생들이 다른 학생 답안지를 슬쩍 훔쳐보는 등의 작은 부정행위는 전체적인 시험분위기를 생각해 눈감아 줬다"고 실토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러니 수험생들은 관리감독에 둔감한 교사들에게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한 수험생은 교육 당국 인터넷 홈페이지에 "휴대폰으로 부정행위하는 모습을 목격한 친구가 있는데 당시 감독관은 전혀 알아채지 못했고 심지어 졸기도 했다"고 썼다.

수능이 이렇게 부실하게 감독되고 있는 탓에 부정행위 적발 건수는 거의 전무한 실정.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올 수능 감독관은 전국 2만1,567개 시험실에 총 6만4,701명이 동원됐다. 하지만 올해 적발 건수는 휴대폰 소지 2건 및 대리시험 1건뿐이고 지난해도 대리시험 단 2건에 그쳤다. 감독으로 참가한 한 교사는 "감독이 제대로 된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내년부터는 경찰관 배치나 첨단 장비 동원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 공정택 서울시교육감 "감독소홀 교사 징계"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은 25일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험 감독을 소홀히 한 감독관은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수능 휴대폰 부정행위사건의 파문이 계속되면서 감독 부실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일선 교육청이 감독 교사 문책을 직접 언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공 교육감은 이날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전국 시·도교육감 회의에서 이같이 말하고 "자체 조사를 거쳐 교육인적자원부 감독 지침 등을 어겼다고 판단되는 감독관은 징계를 비롯한 행정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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