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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연금 드라마’는 계속된다

입력
2004.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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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을 둘러싼 여권 내부 갈등을 소재로 한 김근태 주연의 정치 드라마 ‘하늘이 두 쪽이 나도'가 25일 ‘청와대 15분 티타임' 을 끝으로 조기 종영됐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해외순방 중 물의를 빚게 돼 죄송하다."(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 "진의는 이해하겠는데 표현방식에 문제가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 등의 대사가 오간 뒤 화합의 악수가 이어졌다.드라마의 싱거운 결말에 노 대통령의 귀국 후 전개될 클라이막스를 잔뜩 기대했던 열성 팬들은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누구보다도 거의 폐인 수준의 열성 팬이었던 한나라당은 "최소한 자신의 말 한마디도 책임지지 못하는 장관으로서 무소신과 무능력이 유감스럽다"는 독한 논평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지난 19일 김 장관이 복지부와 자신의 홈페이지에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성명을 올리면서 시작된 이 드라마는 차기 대권주자와 대통령의 권력 갈등이라는 서사구조와, 지지세력간 치열한 사이버 대리전, 한국형 뉴딜 정책과 연기금 운용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라는 리얼리티까지 갖춰 단박에 인기짱의 문제 드라마로 떠올랐다.

그러나 전말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드라마의 폭발적 인기에는 거품이 적지 않았다. 우선 김 장관의 성명은 "하늘이 두 쪽이 나도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기우라는 것을 증명)해 내겠다"와 같은 다소 과격한 표현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김 장관의 해명처럼 정책적 문제제기의 성격이 강했다. 김 장관은 성명에서 "부처간 다툼으로 비칠 여지가 있어 참고 참았지만 경제부처가 너무 앞서 가는 것 같아 하지 않을 수 없어"서 ‘한 마디'를 했다. "경제부처가 국민연금 운용에 앞장서면 국민의 의구심과 불신이 증폭되니 이제 경제부처는 복지부가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뒤에서 조언하는 그림자 역할로 돌아가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김 장관의 이 한 마디는 마침 노무현 대통령이 아르헨티나 방문 중 기업경영권 방어에 연기금이 활용될 수도 있다고 밝혔던 것과 엇갈리면서 큰 파문을 낳았다. 김 장관의 발언은 또 한국형 뉴딜정책의 재원으로 연기금을 투자할 수 있도록 한다는 재경부의 방침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으로도 해석돼 한나라당의 적극적인 지원 사격을 받게 됐다. 여기에 명계남씨 등 ‘노빠'들이 국무회의 등의 내부논의를 외면하고 인터넷을 통해 장외 플레이를 한 것은 대권 행보라고 비난하고 나서면서 사태는 본격적인 정치 드라마로 발전했다.

그러나 김 장관은 당초 국민연금 투자처의 다변화 차원에서 한국형 뉴딜정책에 투자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고 적대적 M&A로부터 기업경영권을 지켜야 한다는 취지를 이해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번 파문은 각자의 입장과 이해관계에 따른 ‘편리한 해석'이 낳은 결과였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주장이 나오면 전체 맥락과 진의를 따져보지 않고 일방적으로 해석하거나 왜곡까지 서슴지 않는 일은 비단 정치판만이 아니라 일상의 주변에서도 자주 보는 현상이다. 이번 소동은 그 같은 우리 사회의 병리현상을 리얼하게 그린 드라마였던 것이다.

이번 드라마가 남긴 소득도 있다. 국민연금의 운용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고 경제부처가 국민연금을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동원할 수 있는 재정정책의 수단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를 넓힌 점이다. 이는 드라마에 악역으로 출연했던 재경부측도 인정하는 바다.

곡절 끝에 부처간 국민연금운용에 대한 이견이 해소됐다고는 하지만 복지부와 재경부의 뿌리 깊은 정책적 견해차가 쉽게 극복될 리 만무하다. 그래서 국민연금 운용 갈등을 둘러싼 드라마는 숨이 긴 대하드라마로 계속될 수밖에 없다. 피땀의 일부를 꼬박꼬박 모은 국민연금을 노후에 온전히 되돌려 받으려면 이 드라마에 계속 관심을 갖고 성원을 보내야 할 것이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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