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긴 대체 뭘 팔길래 저렇게 사람이 많아? 한번 들어가 보자." 불황과 취업난 등의 여파로 신촌, 홍대입구, 명동, 대학로, 강남 코엑스몰 등 젊은이들이 모이는 거리의 북적거림도 예전 같지 않다. 그런데 거리 곳곳에 생기기 시작한 각종 디자인 용품점 만큼은 사정이 다르다. 이쑤시개부터 1,000만원짜리 소파까지 생활과 인테리어에 관한 한 없는 게 없는 ‘토털 라이프스타일 숍’을 표방하는 용품점들은 독특한 디자인과 감각적인 디스플레이로 사람들의 눈과 발을 묶는 데 성공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 내에 있는 ‘코즈니’ 매장에는 매일 8,000여명의 고객들이 다녀간다. 주말에는 밀려드는 인파로 150평 매장에 발 디딜 틈이 없다. 올 4월 대학로에 문을 연 ‘1300K’ 매장과 지난 9월 강남 센트럴시티 내에 개장한 ‘텐바이텐’ 매장도 하루 1,500여명이 방문하는 명소가 됐다. 1300K는 2년전 2억원이던 매출이 올해 40억원을 바라보고 있고, 코즈니도 올해 지난해보다 80억원 늘어난 2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비결은 뭘까 우선 어른들의 동심을 자극하는 ‘키덜트(kid+adult)적’인 제품 디자인과 매장 디스플레이다. 상점 밖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은 천장에 걸린 돼지가 하늘을 날아다니고, 산타할아버지 인형이 기둥을 타고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을 보곤 신기한 나머지 매장으로 들어간다. 제품을 구경하던 고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이거 어디 쓰는 물건입니까." 겉 모습은 장난감이나 인형처럼 생긴 물건들이 문구나 잡화로, 생활용품으로 변신하는 것을 본 소비자들은 결국 지갑을 열게 된다.
열쇠고리 2만원, 쿠션 1만 5,000원~5만원, 소파 화장대 등 가구류가 50만~1,000만원에 판매되는 등 가격은 다소 비싼 편이지만 ‘예쁘면 팔린다’는 게 업체의 생각이다.
◆ 종류도 다양하다 한 매장에서 판매되는 제품만도 가구, 침구, 주방·욕실용품, 신발, 패션소품, 문구, 장난감, 아동용품, 도자기, 서적, 음반, 그림 등 수천 개에 이른다. 미국의 어반아웃피터, 일본의 에프터눈티, 후랑후랑, 빌리지방가드, 와따시노헤야, 덴마크의 이케야, 영국의 콘란 등 유명 디자인 브랜드 제품들이 망라돼 있다.
제품 다양화가 가능했던 것은 이들의 유통방식 때문이다. 이 매장들은 자체 생산을 거의 하지 않고 국내외 수백개의 브랜드에서 컨셉에 맞는 제품만 골라 소량으로 들여와 판매한다. 한 매장에 수백개 업체가 입점한 ‘작은 백화점’인 셈. 때문에 재고 부담도 없고 인기가 없는 제품은 바로 퇴출 되기 때문에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이 매장들은 데이트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고객들이 물건을 만져보면서 놀기 쉽게 전시돼 있다. 종업원들도 손님들이 편하게 물건을 구경할 수 있도록 말을 걸거나 따라다니지 않는다. 이들은 아예 다른 일을 하도록 교육을 받는다. 코즈니 이종구(33) 이사는 "고객에게 보고, 만지고, 사는 즐거움을 주는 것이 우리의 판매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코즈니는 코엑스몰, 압구정, 센트럴시티, 김포공항, 남대문, 테크노마트 등에, 1300K는 홍익대, 대학로, 동대문 명동, 코엑스몰 등에서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다. 텐바이텐은 대학로점과 잠실점이 최근 문을 열었는데 이들 업체는 인터넷쇼핑몰(www.kosney.co.kr, www.1300k. com, www.10X10.co.kr)도 운영하고 있다.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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