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계가 ‘정보개혁법안’을 놓고 벌집을 쑤셔놓은 듯 시끄럽다. 발단은 지난 20일 공화당이 하원에서 이 법안의 통과를 무산시키면서 비롯됐다.미국내 15개 정보기관을 총괄지휘할 수 있는 국가정보국(NID)의 신설을 골자로 하는 이 법안은 지난 6일 상원을 통과했으며, 공화·민주당이 격론끝에 최종타협안을 마련, 하원에 제출한 것이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신신당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당인 공화당의 반대로 이 법안의 통과가 무산되자 미 정계에서는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반란설’, 의회지도자들의 ‘부시 견제설’ 등 각종 설들이 퍼지면서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23일 "15개 정보기관 통합 법안이 의회에 상정되지 못하도록 로비를 벌인 적이 없다"며 반란설을 전면 부인했다. 법안 처리가 불발된 배경을 놓고 자신의 로비의혹이 언론에 연일 보도되자 첫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국방부의 로비 증거가 드러나면서 되려 럼스펠드 반란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공화당내 보수파를 움직이고 있는 리처드 마이어스 미 합참의장이 몇 주 전 하원의 주요 의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국방부의 정보권한은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한 사실이 폭로된 것이다. 럼스펠드 장관은 그 동안 국가정보국의 신설이 군대의 실시간 정보접근을 막고 정보기관에 대한 통제력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대통령이 지시한 정책에 반대하기 위해 로비를 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보도했다.
대통령과 의회의 갈등설도 흘러 나오고 있다. 이 법안을 연내에 매듭지을 수 있도록 부시 대통령이 직접 요구했음에도 하원내 공화당 보수파를 이끌고 있는 강력한 두 상임위원장이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 법안의 통과를 무산시켜 버린 것이다.
제임스 센센브레너(공화·위스콘신) 법사위원장은 이 법안이 불법이민 문제를 다루지 않고 있다며 반발했다. 던컨 헌터(공화·캘리포니아) 하원 군사위원장도 지난주 법안에 제동을 걸지 말아달라는 딕 체니 부통령의 전화요구를 받고도 자신의 의견과 같지 않다며 법안 상정을 무산시켜 버렸다.
한편 백악관은 "부시 대통령이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의 정보력 강화를 비롯해 CIA의 비밀작전활동 중 일부를 국방부에 이관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일부에는 럼스펠드 장관 달래기의 일환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 정보개혁법안이란
‘정보기관 개혁 및 테러방지 법안 2004’의 약칭으로 지난 7월 9·11 테러국가조사위원회가 최종보고서를 통해 권고함에 따라 백악관과 상하원 대표가 협의 끝에 마련한 법안.
정보기관을 관장하는 국가정보국(NID)을 신설하고 대테러 대응센터를 설립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 법안은 부처별로 흩어진 정보를 한곳으로 통합, 9·11 테러에서 드러난 정보기구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테러를 효과적으로 막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국방정보국(DIA) 등 15개의 기존 정보기관들이 국가정보국으로 일원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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