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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美 강경론 선회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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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美 강경론 선회 경계해야

입력
2004.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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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의 결과는 일단 긍정적이다. 부시 대통령의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역설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에게 토론하자고 대든" 결과다. 당초 우려와는 달리 한미간에 불협화음이 표면화되지 않았고, 또 부시가 대북 강경 발언을 쏟아 내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그러나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의 표현대로 "역대 한미정상회담 결과 중에서 가장 출중한 결과가 나왔다"고 자찬하기엔 이르다. 너무 낙관론적으로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 부시 행정부 2기의 대북정책과 북핵문제 해법이 바뀌었다고 속단하긴 어렵다. 부시의 발언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에 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북정책이 온건노선으로 돌아섰다는 징후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부시가 목소리는 낮추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핵 문제의 해결을 낙관할 수 없는 이유는 많다. 무엇보다도 부시행정부 2기 외교안보팀이 네오콘을 중심으로 강경파로 구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당초 예상보다도 훨씬 더 강성 인물들로 채워지고 있다.

국무장관에 내정된 콘돌리사 라이스는 네오콘은 아니지만 강경노선을 주도해온 인물이다. 부장관에는 대표적인 네오콘인 존 볼튼 차관의 승진이 유력시된다. 국무부 내 온건파를 견제하기 위해 럼스펠드가 심어놓았던 인물이다. 라이스 후임으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는 네오콘인 스티븐 해들리가 지명됐다. 게다가 럼스펠드도 국방장관에 그대로 눌러 앉을 가능성이 점쳐 지고 있다. 반면 온건파인 파월 장관과 아미티지 부장관 모두 퇴진한다. 그나마 온건론을 펴왔던 국무부에서조차 협상파들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부시 행정부 안에 포진하게될 이들 강경파들은 두 부류로 분류된다. 한 부류는 ‘북한붕괴론자들’이고 다른 부류는 ‘북한위협론 활용자들’이다. 김정일체제 교체나 북한붕괴를 추구하는 일부 네오콘들의 생각은 북한의 특수성과 동북아정세를 잘 모르는 순진한 구상이다. 북한붕괴에 대한 대안이 뚜렷하지 않고, 북한붕괴가 과연 미국에 이익인가를 고려할 때, 부시 2기의 공식정책이 되기는 힘들 것이다.

그보다는 ‘북한위협론’을 유지하는 정책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자신이 추진하고 있는 일방주의정책과 중국 봉쇄정책의 명분 확보와 지속을 위해서는 ‘북한위협론’이 필요하다. ‘북한 핵의 위협’은 선제핵공격 전략을 지탱해주는 구실이 되고 있다. ‘북한미사일의 위협’이 없어진다면 정권의 운명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미사일방어체제(MD)계획의 명분이 사라진다. 따라서 ‘깡패국가 북한’‘테러지원국 북한’‘대량살상무기(WMD) 확산의 주범인 북한’이 계속 있어야 한다. 부시 입장에서 북한은 ‘꽃놀이패’인 셈이다.

이처럼 북한 핵문제는 풀기 어려운 전략적구조적 측면을 지니고 있다. 이들에서 북핵이나 한반도문제는 독립변수가 아니라, 단지 미국의 세계전략 차원에서 존재할 뿐이다. 1기에서 북한 핵문제를 사실상 방치해온 것도 이런 이유다. 미국이 정말로 핵확산 방지가 목적이라면, 북한에 보상을 해주고 북한 핵을 "사버리면" 그만이다.

일단 6자회담은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미 강경파들이 6자회담을 몇 번 열어보고, 북한과 협상이 안 된다는 구실로 ‘6자회담 무용론’을 들고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유엔안보리상정을 추진하고 ‘북한인권법’을 수단으로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면서, 북한을 벼랑 끝으로 밀어붙일지 모른다.

부시의 외교적 수사에 만족하지 말고, 미국의 정책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 등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과 함께, 미국에 "창조적이고 유연한 협상안"을 요구해야 한다. 한국정부의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에 한반도와 민족의 운명이 달려 있다.

이철기 동국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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