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진급비리 의혹 괴문서사건과 관련한 군 검찰의 육군본부 압수수색을 두고 ‘군 내부 갈등설’이니 ‘참여정부 숙군작업의 신호탄’ 등의 추측이 나돌고있다.괴문서가 뿌려진 뒤 육본을 압수수색, 육군 수뇌부를 겨눈 모양새가 마치 1993년 하나회 명단 살포사건이 대대적 숙군으로 이어졌던 김영삼 정부 초기의 수순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 청와대 개입여부 = 군 검찰이 육군본부를 압수수색한 것에 대해 24일 군 관계자들은 "육군 수뇌부를 겨눈 이례적 강수"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압수수색에는 장관의 재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윤광웅 국방장관이 남재준 육군 참모총장에게 날린 직격탄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남 총장은 군 사법개혁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발하며 윤 장관과 불편한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져 이 같은 관측은 더욱 힘을 받는다. 국방부가 사실이 아니라고 발표한 ‘정중부의 난 발언’의 장본인도 남 총장이다.
하지만 국방부측은 이런 관측을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한다. 윤 장관은 "압수수색 전에 총장과 전화통화를 했으며 적극 협조하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국방부 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그러나 내사가 진행되는 사안에 협조가 있었다면 굳이 압수수색이라는 방식이 필요했는가라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윤 장관은 군 문민화와 육해공 균형발전이라는 임무를 맡으며 군 수장에 오른 참여정부 군 개혁의 상징 인물. 때문에 이번 사안은 군 개혁에 반발하는 군내 수구세력을 정리하려는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남 총장의 사법개혁 반발 이외에도 윤 장관 부임 이후 육해공 균형발전을 두고 육군에서 노골적인 반발기류가 형성됐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청와대측은 관여 여부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 인사비리 실체있나 = 군 검찰이 육군본부에서 인사관련 자료를 압수한 것은 인사과정의 문제점에 대해 상당한 수준의 혐의를 잡았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때문에 인사비리를 지적하는 괴문서가 처음 공개됐을 때는 투서행위자 색출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점쳐졌지만 이제는 인사비리 자체로 초점이 옮겨가는 형국이다. 투서에 적시된 사례 가운데 음주운전 경력의 모 대령의 경우 실제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검찰단 관계자도 "장성진급 비리의혹에 대한 내사를 벌이던 중 대령 1명의 범죄혐의가 포착돼 사실규명 차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괴문서에 지적된 이런 사례들이 하나 둘씩 사실로 밝혀질 경우 군이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 軍내부 반응
국방부 청사에 뿌려진 군인사비리 투서사건이 군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로 이어지면서 군 내부에 일파만파의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군 내부적으로는 "음해성이 분명한 투서사건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대응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는 반면에 "이 참에 군인사문제가 제대로 파헤쳐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장군 인사의 당사자인 육군본부측은 함구로 일관하고 있는 가운데 군부가 ‘인사비리의 온상’으로 비쳐지는 데 크게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육군의 한 장성은 "인사대상자의 90%가 진급에서 탈락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불만이 있을 수 밖에 없지 않느냐"며 "인사철마다 소문으로 떠도는 내용을 담은 투서에 신빙성을 두는 것 자체가 의아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24일 오전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농산물 직거래장터에 참석했던 윤광웅 국방장관은 국방부와 육군 수뇌부간의 갈등설에 대한 질문을 받고 상당히 곤혹스런 표정을 짓기도 했다.
국방부 검찰단 관계자는 "수사중인 사건이라 말할 수 없다"면서도 "투서내용 전부가 터무니 없지는 않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범죄단서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압수수색이 진행됐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등 수사과정에 상당한 군내부진통과 마찰을 예고했다. 정진황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