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클린’은 오롯이 장만위(張曼玉)를 위한 영화다. 이 영화를 봐야 하는 가장 큰 이유도 장만위다.마약 중독으로 남편을 잃은 후 ‘아빠를 죽인 건 엄마’라고 굳게 믿는 아들과 지긋지긋한 가난 때문에 힘들어 하는 여인 에밀리(장만위). 에밀리의 삶은 구질구질함 속에 던져졌지만 그녀의 모습은 도리어 투명하고 단단해 보인다. 이는 순전히 장만위가 연기했기 때문이다. 카메라는 줄곧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녀와 그녀가 꿈 꾸는 희망을 따라다닌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장만위를 못생기게 찍는 것"이라는 크리스토퍼 도일(왕자웨이의 촬영감독)의 말이 다시 한 번 떠오른다. 시궁창에 빠져서도 빛을 낼 이가 장만위다.
마흔 살 장만위가 연기한 에밀리는 예전에 연기한 인물들과 사뭇 다르다. ‘열혈남아’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며 피해의식에 시달리던 모습, ‘완령옥’에서 스물 다섯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여배우, ‘화양연화’에서는 함께 떠나자는 남자의 말에 울먹이며 고개를 파묻는 모습 등 장만위가 맡은 역은 슬픔을 삭이며 체념하는 여인이었다. 하지만 ‘클린’에서의 장만위는 강하고 생생하다.
‘클린’은 올리비아 아사야스 감독과 장만위가 이혼 후 다시 만난 작품이라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둘은 1996년 ‘이마 베프’로 처음 만났다. ‘이마 베프’는 한 물 간 영화 감독이 홍콩 배우 장만위를 캐스팅 해 흡혈귀 영화를 찍으려 하지만 무산된다는 내용. 촬영 도중 두 사람은 사랑에 빠졌고, 98년 결혼했으나 2002년 봄 이혼했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 "왜 하필 장만위를 캐스팅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사야스 감독은 "그냥 두꺼운 전화번호부를 넘기다가 이름을 발견했고 전화를 걸었다"며 농담으로 넘겼다. 하지만 영화 ‘클린’은 시작부터 장만위를 위해 기획됐다. 아사야스 감독은 "‘클린’은 장만위를 위해 무언가를 쓰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장만위를 중국 여자가 아닌 보편적인 여인으로 그리고 싶었다"고 털어 놓았다.
개인적인 관계를 떠나 배우와 감독으로 서로를 너무 잘 안다는 점이 두 사람을 다시 만나게 했다. 장만위는 "올리비아는 나에 대한 편견을 가진 다른 감독과 달리 나를 정말로 잘 아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결국 ‘클린’으로 장만위는 2004년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아사야스 감독은 전작 ‘데몬 러버’의 혹평을 한 번에 날려 버렸다.
영화의 배경은 캐나다, 프랑스, 미국 등 대륙을 넘나들고 주인공들은 영어, 프랑스어, 중국어를 뒤섞어 말한다. 닉 놀테, 베아트리체 달이 장만위와 호흡을 맞췄다. 장만위가 직접 노래를 부르는 마지막 장면도 인상적이다. 26일 개봉.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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