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아시아 국가의 환율이 더욱 유동적이어야 한다"는 성명서가 나온 이후 환율전쟁의 파고가 더욱 거세졌다. 미국과 유럽권이 주도한 이 성명서는 달러약세를 사실상 용인하며 화살을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쪽으로 돌린 것이다. 그러자 중국 인민은행 리궈구(李若谷) 부총재가 "미국은 (막대한 경상적자 등) 문제가 생길 때마다 다른 나라를 비난한다"고 비판하며 서구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즉각 반박해 외환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하지만 세계 금융전문가들은 중국이 인플레 압력과 과도한 무역흑자에 따른 통상분쟁을 피하기 위해 위안화 절상이나 변동환율제로의 이행 시기를 내년 상반기로 앞당길 것으로 보고 있다. 표면적인 반발과 달리 ‘조용하면서도 단계적인 외환제도 개선’의 속도를 내겠다는 조짐은 인민은행 총재 등 주요 통화당국자들의 언급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 경우 우리의 외환관리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달러약세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터에 위안화 절상의 타격까지 더해지면 달러당 1,050~1,060원에 맞춰진 환율마지노선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한국은행의 발권력까지 동원하겠다는 정부의 환율방어 의지가 자칫 밑빠진 독에 돈만 쏟아 붓는 결과만 낳기 십상이란 말이다.
통화당국은 이제라도 한·중·일 동아시아 3국 간의 환율대응 공조체제를 서둘러 마련하고 관련된 정보를 세밀하게 살피는 등 긴장의 수위를 한층 높여야 한다. 세계적 대세에 순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저 손 놓고 따라가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외환시장의 투기적 요인을 적절하게 징벌하고 한계적 환율상황에 놓인 수출기업들을 지원하는 한편, 중일과 통화블록을 형성, 큰 목소리를 내야 한다. 조만간 단행될 일본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은 좋은 계기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