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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향기자의 씨네 다이어리/너무 뻔한 결말…기억 상실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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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향기자의 씨네 다이어리/너무 뻔한 결말…기억 상실의 시대?

입력
2004.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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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사전 지식 없이 줄리안 무어 주연의 스릴러 ‘포가튼’을 보던 중 맨 먼저 스친 생각. "뭐야, 또 주인공 기억이 조작된 거야?" 아들과 찍은 사진이 든 액자가 쨍그랑 깨진 순간 의심이 들기 시작하더니, 줄리안 무어가 남편에게 새로 맡은 일 이야기를 하면서 하는 대사 "사이코 여자와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 부분에서 확신에 가득 찬다.그래, 그렇지. 아이는 사산된 거지. 이 여자는 그 충격으로 원래 없는 애를 있던 것처럼 착각하는 거고. 남편은 정신 오락가락 하는 아내를 9년 동안이나 사랑해 왔군. 잠시 우쭐해 있던 순간, ‘그런데 왜 이렇게 빨리 결론이…’라는 생각이 든다. 곧, 담당 의사가 "내 말 잘 들어요. 비행기 사고는 없었어요. 당신에겐 아이도 없었습니다"라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그렇게 간단할 리가 없다.

혹시 아이를 죽인 게 엄마인가, 라는 생각에 잠시 빠져 있던 중 갑자기 국가안보국

(NSA) 요원들이 등장, ‘혹시 음모론?’이라고 추측했으나 물론 아니었다. 후반부 줄리안 무어는 갑자기 ‘X파일’의 스컬리로 변신, 지옥까지 찾아갈 듯한 태세로 아들을 찾기 위한 싸움을 시작한다. 싸움의 대상은? 물론 개봉 전까지 비밀이다.

뒤통수 여러 번 맞고, 다소 황당한 결론에 허탈해 하며 극장 문을 나서는 (나 같은) 사람이 있으니 스릴러로서 소임은 다 한 셈이다. 하지만 반전에 반전, 또 반전을 심하게 교차시킨 구성에 "뭐야, 작정하고 관객을 놀리려는 거야?" 하는 배신감도 버릴 수 없다.

‘매트릭스’ ‘메멘토’ 등의 성공 이후 기억 조작과 반전을 소재로 하는 영화가 유행처럼 쏟아져 나왔다. 인간 실존, 진실이란 무엇인가 등 대학 철학 교재에나 나올 듯한 심오한 주제가 영화 속을 파고 들어 "사실 이해가 안 돼서 두 번 봤잖아" 고백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런데 이제 진실이라 굳게 믿던 것이 알고 보니 거짓이라는 식의 결론은 너무 흔해 도리어 웃음거리가 되는 분위기다. ‘포가튼’도 그렇고, 애슐리 쥬드 주연의 영화 ‘블랙 아웃’도 결론은 여러 번 배배 꼬아져 있다. 하긴 관객의 뛰어난 학습 능력을 무시한 채, 이미 익숙한 반전으로 승부하는 영화보다는 영리한 선택임이 분명하다. 조니 뎁 주연의 ‘시크릿 윈도우’를 보며 "벌써 범인 정체 알아 버렸다"며 김빠져 하는 사람, ‘거미숲’ 보면서도 "기억 조작이군" 눈치채고 흐뭇해 하는 사람 매우 여럿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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