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 떠도는 블랙 유머가 있다. 요즘 전국민을 공황상태로 몰고 가는 시험부정행위와 관련된 씁쓸한 우스개다. 허튼 소리를 하자니 죄송하지만, 잠시 쉬어 갈 필요도 있어 보인다. 시험부정행위에도 여섯 가지 도(道)가 있다. 들킨 친구를 안타까워하는 인(仁), 보여 준 친구를 끝까지 밝히지 않는 의(義), 보여 준 사람보다 점수가 덜 나와야 하는 예(禮), 감독자의 특성과 우등생 자리를 미리 알아두는 지(智), 답이 이상해도 의심치 않는 신(信), 감독자가 옆에 있어도 과감히 행하는 용(勇)이다.■ "시험부정행위를 한 적이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있다"고 답할 수밖에 없? 고교 2년 가을 중간고사 때였다. 당시는 대입에 내신성적이 반영되지 않아서 학교성적에 신경을 쓰지 않고 지냈는데, 그 때는 사정이 좀 달랐다. 그 전날 일이 생겨 파출소에서 밤새 벌을 서고 온 것이다. 할 수 없이 세 과목에 걸쳐 우등생인 짝의 답안지를 ‘커닝’했다. 대학교 때도 한 번 있다. 늙수그레한 복학생 친구 여럿이 하도 사정을 해서, 이번에는 내가 교양 독일어 답안을 보여주었다. 착잡한 추억들이다.
■ 몇 해 전 이화여대의 한 설문조사 결과, 945명 중 45%가 부정행위 경험이 있었다. 적발된 학생은 7명에 불과했다. ‘이대학보’는 ‘시험부정행위를 하지 맙시다’라는 캠페인도 벌였다. '좋은 학점의 유혹도 크겠지만, 양심을 지켜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깁시다.> 부정행위와 관련해서 두 가지 의문이 있다. 미국 학생들의 부정행위도 많다고 한다. 그들의 ‘치팅’이라는 말을 왜 우리는 ‘커닝’이라고 하는가 하는 유치한 의문이다. 일어 사전에 ‘칸닝구’가 있는 걸 보니, 이 말도 일제 잔재인 것 같다.
■ 다른 의문은 휴대전화 문제다. 미국이 모두 옳을 수는 없으나, 미국에서는 고등학교 때까지 학생이 휴대전화를 학교에 가지고 갈 수 없다고 한다. 우리는 대부분 초등학생부터 제한 없이 가지고 다닌다. 덕분에 정보통신 강국이 됐는지도 모르나, 교육적으로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고 본다. 초유의 대규모 휴대전화 부정행위 사건 앞에서, 모두 황당하고 난감해 하고 있다. 결국 여건이 무르익어 터진 사회병리 현상이다. 구조적으로 접근해서 풀어야 할 난제다.
박래부 수석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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