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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김장독 묻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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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김장독 묻기

입력
2004.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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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는 김장독을 묻어놓고 살기가 쉽지 않다.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이라 하더라도 마당가 잔디를 걷어내고 거기에 김장독을 묻을 구덩이를 파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서울에서 결혼 생활을 21년 했는데, 딱 한번 김장독을 묻어보았다.결혼초기 어느 달동네에 살 때였는데, 뒷문을 열고 나가면 거기에 작은 배추밭이 이었다. 그리고 이후론 김장독을 묻어보지 못했다. 아마 그래서 나온 것이 김치냉장고일 것이다.

어릴 때 어머니가 김장을 하면 지금 서울 김장처럼 열 포기, 열다섯 포기 수준이 아니라 백 포기 백이십 포기 수준의 김장을 했다. 겨울에 김장 말고 다른 반찬도 크게 없었다. 배추김치 무김치 동치미 등 어머니가 종류별로 김장을 하고, 그걸 아버지와 형이, 자라면서 형과 내가, 또 나와 동생이 마당가에 묻었다.

어느 해였는지 아버지와 형이 마당가에 깊이 파놓은 구덩이 안에 김치가 가득 든 독을 내려놓다가 짝, 하고 그것을 깨고 말았다. 그래서 얼른 금이 간 독의 김장을 다른 독에 옮겨 담는 어머니에게 동생이 이렇게 말했다.

"아, 아버지는 저렇게 큰 단지를 깨도 야단을 안 맞는구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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