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시속 300㎞, 초당 60회에 이르는 강한 회전력. 임팩트시 순간 충격 1톤.전화번호부도 뚫는다는 골프 공의 무시무시한 파괴력이다. 한번 사고가 나면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 날아다니는 살인 병기나 다름없다. 하지만 이 같은 위험성에 대한 골퍼들의 안전의식은 의외로 낮다. 사고가 생겼을 때 책임 소재에 대한 지식도 부족해 낭패를 겪는 경우도 적지 않다.
중소업체를 운영하는 윤모(55) 사장은 한달 전 겪은 나쁜 기억 때문에 당분간 골프채를 접기로 했다. 경기보조원(캐디) 말만 믿은 것이 화근이었다. 도그레그홀(페어웨이가 많이 구부러진 홀)에서 티샷한 공이 앞 조의 한 플레이어 얼굴을 강타해 큰 상처를 입혔기 때문이다. 윤 사장은 골프를 중도에 포기한 것은 물론 다음날 협박 전화까지 받아야 했다.
여행사 대표인 박모(45) 사장도 이달 초 ‘사고’를 쳤다. 드라이버 샷이 훅이 심하게 걸리면서 옆 홀로 넘어가 다른 플레이어의 어깨를 강타했다. 박사장은 별다른 외상이 없는데도 턱없이 높은 합의금을 제시하는 상대편 요구를 물리치느라 곤욕을 치러야 했다.
회사원 박종원(41)씨는 지난 주말 아찔한 경험을 했다. 숲 속으로 들어간 동반 플레이어의 공을 찾아준 뒤 바로 뒤에서 샷 모습을 지켜보던 중이었다. 앞에 있는 나무를 맞고 튕겨 나온 공은 피할 틈도 없이 박씨의 머리 바로 위로 스쳐 지나갔다. 공이 조금만 낮게 날아왔다면 큰 화를 당할 수 밖에 없었던 순간이었다.
어떤 각도에서든 날아올 수 있는 예측불허의 골프 공. 특히 몸이 움츠러들고 땅까지 얼어버리는 추운 날씨에 사고 위험은 더더욱 높다. 올 초 한 여성 골퍼는 다른 일행이 티샷을 다 마치기 전에 성급하게 앞쪽으로 걸어나가다 빗맞은 타구에 광대뼈가 함몰되는 사고를 당했다.
골퍼 누구에게나 노출돼 있는 골프장 안전사고.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1차적인 책임은 골프장에 돌아가지만 가해자는 물론 피해자에게 더 많은 과실을 물을 때가 적지 않다. 캐디 말을 따르지 않거나 타구 순서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무시한 경우 등이다. 신동아보험의 박상호 대리는 "골퍼 스스로 사고 위험을 충분히 인식하고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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