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해리 포터’ 시리즈는 전세계의 문화 헤게모니를 쥐고 있다. 영화 ‘로마의 휴일’의 낭만적 사랑의 장이었던 로마, ‘빠삐용’의 배경이 된 시드니의 해변 갭팍은 관광명소가 되었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문화 콘텐츠와 이미지 산업의 눈부신 발전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미래의 관광은 유적과 자연 등 불변의 자원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소비적인 것을 요구하고 있다.
TV 드라마 ‘겨울연가’ 열풍으로 일본과 중국, 대만, 동남아 등지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강원도를 찾고 있다. 올해 한국을 찾은 일본 관광객은 지난해의 2배로 증가됐고 일본인들의 한국어 습득 붐도 일고 있다. 일본인들은 ‘겨울연가’에서 비추어진 첫사랑의 순수성과 겨울 스포츠의 메카인 강원도의 설경, 자연 절경의 영상에 묻어난 한국의 아름다움을 체험하고 싶어한다. 춘천 남이섬의 전나무숲, 춘천 명동의 닭갈비 골목, 평창의 용평 스키장, 동해의 추암 해수욕장 등이 그렇다.
최근 강원도의 한 전화조사에 따르면 ‘겨울연가’와 관련, 국가이미지가 상승한 것은 물론 한해 20만명의 관광객이 국내를 찾았고 관광수입은 최소 110억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NHK의 ‘겨울연가’ 재방영과 ‘한·일 공동방문의 해’로 관광특수는 이어질 것이고, 촬영지인 강원도는 세계적인 관광지가 될 것이다.
이에 대비해 강원도에 대한 새로운 관광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최근 일본에서 열린 동아시아 관광 심포지엄에서도 이 문제가 지적된 바가 있다. 심포지엄에서 ‘강원도는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지역 이미지를 그대로 보존하고 특화상품을 개발해 이미지를 재창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양적 효과에 안주하지 말고 고급화 ·차별화로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중앙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행정·재정적 특별지원이 절실할 때다.
드라마 한 편으로 인한 관광 콘텐츠의 변화가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면은 이렇게 크다. 역사자원이든 자연자원이든 ‘겨울연가’와 같은 이미지자원이든 관광자원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대라는 것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겨울연가’를 통해 주요 관광지가 된 강원도는 지금 새로운 관광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외국관광객을 유인하기 위한 더욱 개혁적인 관광 정책이 요구되는 전환의 시점이기도 하다.
안정태 해외개발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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