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부자들의 남하를 막아라."롯데, 신세계 백화점의 명동 명품관 개점이 다가오면서 그동안 강남 지경에 있는 백화점을 찾던 강북의 VIP 고객들이 명동 상권으로 발길을 돌릴 지에 대해 유통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23일 명동 본점 옆, 옛 한빛은행 자리에 내년 2월 오픈할 명품관 이름을‘에비뉴 엘’로 정했다. 에비뉴 엘은 ‘에비뉴 오브 라이프’‘에비뉴 오브 럭셔리’를 의미한다고 롯데측은 밝혔다. 특히 명품관이 대중적 이미지가 강한 백화점과 차별성을 가질 수 있도록 점포명 결정 과정에서 롯데라는 이름이 누려온 기득권을 과감히 버린 점은 눈길이 가는 대목이다.
에비뉴 엘은 루이 비통과 샤넬을 2개 층에 걸쳐 입점시키고 2층 전체를 보석시계 전문매장으로 꾸민? 입점 명품 브랜드가 총 100개나 되고 이중 20%는 단독 유치다. 하지만 브랜드 강화만으로는 강남 상권과 경쟁하기 어렵다는 것이 롯데측 판단. 이 때문에 동원된 컨셉이 ‘자연친화적이고 문화적인 쇼핑공간’이다. 정원을 바라보며 식사할 수 있는 레스토랑, 갤러리, 프레스티지 영화관(골드 클래스), 스파·클리닉·요가를 즐길 수 있는‘웰빙 뷰티&헬스’층 등이 그런 예에 속한다.
내년 8월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명품관으로 재개관하는 신세계는‘전통 있는 백화점’의 자산을 백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숫자는 적지만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충성도가 강남보다 더 높은 강북(본점) 지역의 초우량 고객을 겨냥, 옛 백화점 모습을 복원한 ‘클래식관’으로 명품관을 꾸미고 별도 휴게공간, 갤러리 설치 등을 구상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장선윤 명품팀장은 "에비뉴 엘의 1차 공략 대상은 강북에 살면서 강남으로 쇼핑을 가는 30, 40대"라며 "이들만 흡수해도 기존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매장 매출의 2배는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총 면적 5,200평의 에비뉴 엘은 연매출 1,200억원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강남 상권에서는 강북 명품 상권의 성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갤러리아 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압구정점 고객의 80%가 강남, 송파, 서초구에 밀집해 있고 강북에서 오는 고객 수는 미미하기 때문에 명동에 2개 명품관이 들어서도 강남 상권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으로 이어지는 명품 밸리보다 경쟁력을 갖기 힘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강북 명품관에 대응하기 위한 최상의 서비스는 계속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