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농업 개방 이후 국내 농산품의 가격 및 소득탄력성이 급변, 우리나라 농업이 생산성과 국민소득이 높아질수록 농민 소득은 감소하는 ‘쳇바퀴 함정(Treadmill Trap)’에 빠진 것으로 진단됐다.23일 농림부가 공개한 ‘농산물 수요탄력도와 농가소득’ 보고서에 따르면 1991~2002년 쌀, 쇠고기, 마늘, 양파 등 9개 주요 농산물의 평균 가격탄력성이 -0.4545로 나타났다. 가격탄력성이란 특정 제품의 가격 변화에 따른 수요량 변화 비율을 말하며, -0.4545는 농산물 가격이 10%나 내려도 국민들은 농산물 소비를 4.5%만 늘린다는 것을 뜻한다.
보고서를 작성한 농림부 이준원 유통정책과장은 "농산물 가격이 10% 내려도 소비 증가가 5%에 그치면 농업수입(가격X소비량)은 5% 줄게 된다"고 말했다. 요컨대 우리나라 농업이 ‘농업생산성 증가→ 생산량 증가 → 농산물가격 하락 → 농가수입 감소’라는 쳇바퀴 함정에 빠졌다는 것이다.
이 과장은 "쳇바퀴 함정에 빠지면 농가들이 줄어든 수입을 만회하기 위해 신기술을 도입해 생산량을 늘릴수록 다람쥐가 쳇바퀴 굴리듯 수입이 하락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며 "2003년 도시근로자 가구소득이 10년 전보다 79%나 증가한 반면, 농가소득 증가율은 2%에 그친 것도 쳇바퀴 함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완전 시장개방이 코앞에 닥친 데다, 국내 농가소득의 3분의1을 차지하는 쌀은 가격탄력성(-0.3122)뿐만 아니라 소득탄력성(-0.2014)까지 마이너스 상태라는 점이다. 소득탄력성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소득이 10% 늘어날수록 쌀 소비가 2% 가량 줄어든다는 뜻이다. 결국 국내 쌀 농가는 어떤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쌀 농사에서 들어오는 수입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 과장은 "쳇바퀴 함정은 구조적인 현상으로 시장기능에 의해 해결될 수 없다"며 "자율적 생산조정으로 농산물 출하량을 줄이거나, 학교급식 및 수출을 확대하는 새로운 수요 창출 방안 등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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