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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디자인, 삼성,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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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디자인, 삼성, 국가

입력
2004.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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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셰는 페라리 람보르기니 부가티와 함께 세계 4대 스포츠카의 하나다. 전문가들은 포르셰의 가치를 디자인 완성도에서 찾는다. 1939년 오스트리아의 자동차공학자 페르디난트 포르셰 박사에 의해 탄생돼 48년부터 본격 생산된 이 스포츠카는 지금까지 처음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아들에 의해 다양한 모델이 이어졌지만 포르셰 박사가 처음 내놓은 디자인의 원형은 그대로 지켜졌다. 이를 두고 디자인전문가들은 포르셰의 디자인이 ‘더 이상 뺄 것도, 더할 것도 없는’ 완벽에 도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독재자 히틀러가 1933년 8월 어느 날, 포르셰 박사를 찾았다. "우리 독일민족을 위한 소형 국민차가 필요합니다. 실내가 좁아서도 안되고, 겨울에도 엔진이 얼지 않고, 유지비도 적게 드는 소형차를 만들어 주시오." 포르셰 박사는 3년 뒤 폴크스바겐(국민차)의 디자인을 완성했다. 히틀러는 딱정벌레 모양의 괴상한 외관에 고개를 갸우뚱했으나 우수한 성능이 입증돼 생산을 결정했다. ‘폴크스바겐 비틀’이란 애칭으로 더 유명해진 이 차는 얼마나 군살 없이 설계되었는지 ‘뉴비틀’로 생산되는 지금까지 본래의 디자인 골격을 유지하고 있다.

■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홍콩 디자인센터와 홍콩 산업기술통상부가 공동 수여하는 ‘디자인경영상’의 초대 수상자로 결정됐다. ‘삼성의 디자인 경쟁력 향상뿐만 아니라 한국 전체, 나아가 세계 디자인발전에 주목할 만한 기여를 했다’는 것이 선정이유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 유럽·아시아판 최신호는 삼성의 디자인경쟁력을 커버스토리로 다루고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비결의 하나가 차별화한 디자인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삼성의 성공은 디자인에 대한 이 회장의 진취적 인식이 밑바탕 되었다는 시각이다. 1993년 ‘질 중시 경영’을 선언하면서 디자인 등 소프트웨어를 승부처로 인식, 디자인학교를 설립하는 등 디자인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결과다. 삼성에서 디자인은 의장 설계 도안의 개념을 넘어 통합 생산기술과 기업·국가 발전전략까지 아우르는 개념으로 자리잡았다. 국가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은 도대체 국가를 위해 어떤 디자인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방민준 논설위원실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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