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가 많이 찾는다는 건 분명 반가운 소식입니다. 먹거리가 풍부하고 거주할 만한 조건이 잘 갖춰져 있다는 뜻이니까요. 하지만 현지인들의 입장에서는 무작정 반갑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특히 농사를 짓는 주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대표적인 철새 도래지들은 대체로 인근에 넓은 논을 끼고 있습니다. 철새에게는 가을 추수를 끝낸 논바닥에 떨어진 낙곡이 더 없이 좋은 먹이인 것이죠.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추수를 마치기도 전에 도착한 철새들이 베지도 않은 벼를 먹어 치우기도 합니다. 낙곡이라고 하지만 농부들에겐 쌀 한 톨이 소중한 데 철새가 이런 사정을 알리 없습니다. 농부들은 철새에게 곡식을 뺏기지 않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그나마 남아있는 곡식을 모두 걷어가는가 하면 새들을 쫓아내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새들과의 전쟁이 몇 해를 거듭하자 새들은 사람이 두려워졌습니다. 그 곳을 다시 찾는 새의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듭니다. 한때 국내 대표적인 철새 도래지였던 주남저수지가 그랬고, 천수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뒤늦게 관공서나 환경단체가 나서 새 먹이 주기 운동을 벌이는가 하면, 추수를 하지 않은 논을 농부로부터 사들인 뒤 갈아엎어, 새들이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환경적 측면에서도 철새의 방문은 동전의 양면 같은 구실을 합니다.
금강 하구둑은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 조성한 둑입니다. 밀물 때 바닷물이 강으로 유입되면서 염분이 섞여 들어와 농작물 생육에 피해를 주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한 것이죠. 둑을 쌓아 생긴 담수호는 홍수나 가뭄 때 수량을 조절하는 부가적인 기능도 하게 됩니다. 둑의 건설로 물의 흐름이 막혀 하구에는 토사가 쌓였고, 모래톱이 형성돼있습니다. 이런 사주들은 수질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됩니다. 준설작업을 통해 퇴적물을 제거하지 않고는 수질을 되돌릴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마음대로 할 수 없습니다. 강가에 형성된 사주에는 많은 미생물들이 있고, 휴식공간마저 제공되니 새들의 서식처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니까요. 철새와 공존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많은 희생이 따릅니다. 철새를 더더욱 아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창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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