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장성비리 의혹과 관련해 군 검찰이 육군본부 인사부서를 전격 압수수색한 데 대해 23일 군 전체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분위기다. 육군뿐 아니라 해군이나 공군에서도 진급 인사철마다 비리 의혹이 불거지고 투서가 난무하지만 이번처럼 실제 공개수사가 진행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이번 인사비리 의혹은 22일 불거진 투서 사건에 앞서 청와대에서 미리 포착, 군 수사당국이 내사를 진행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 진정 등의 형식으로 제보 된 비리 의혹을 윤광웅 국방장관의 지시에 따라 12일께부터 군 수사당국이 내사를 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투서 사건으로 비리 의혹이 공개될 때만 하더라도 이전의 장성 비리 의혹처럼 이번에도 군 당국이 진상조사 의지만을 강조하고 결국은 흐지부지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의외로 사건이 확대된 데 대해 군 관계자들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면서 일단 육군측의 자료제출 거부가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설명한다. 군 검찰 수사팀이 내사를 벌이면서 계룡대 육본을 방문해 자료제출을 요구했지만 육군측이 이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다른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군 소식통들은 혐의가 충분하지도 않은 내사 단계의 인사비리 의혹을 두고 군 당국이 전격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고, 즉각 발부한 점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윤광웅 국방장관과 남재준 육군 참모총장과의 불화설이 제기되고 있다. 남 총장은 지난 9월 간부회의 석상에서 군검찰 독립을 반대하며 강성발언을 한 장본인으로 알려져 군검찰 개혁을 주도하는 윤 장관과 갈등을 겪고 있다는 관측이다. 한 소식통은 "개혁에 반대하는 남 총장을 견제하기 위해 장관이 군검찰을 동원하는 강수를 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와 함께 지난달 15일 육군 장성인사 이후 인사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들이 군 내에서 계속 제기돼 왔다는 점에서 남 총장의 비리 인사에 대한 ‘꼬리 자르기’라는 해석도 없지 않다. 육사 OO기 동기생 명의의 투서에는 부당하게 진급한 10개 사례가 유형별로 적시되고 20여명의 관련 인물 가운데 16명이 실명으로 거론된 점이 이 같은 관측의 근거다.
실제 투서에는 지극히 구체적인 사안이 10가지나 등장한다.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올해 진급한 장군들은 영원히 똥별, 돈별, 식모별로 취급하겠다"는 격한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정기인사에서 준장으로 진급한 육군 대령은 52명으로 투서에 거론된 비리인사는 전체의 40%정도에 이르고 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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