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자사주 매입이 종료됐는데도 외국인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지난 주말까지 1,571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22, 23일 이틀 동안 2,600억원 가량을 다시 순매도했다. 환율 급락에 따른 환차익 실현 욕구와 기업의 수익성 악화 우려감 탓에 몸을 잔뜩 사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외국인들이 수급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기관들이 관심을 보이는 중소형주나 환율 수혜주, 배당주 등 테마 위주로 접근할 것을 권하고 있다.◆ "외국인 환차익 실현 욕구 강해" = 미래에셋증권 송인찬 연구원은 23일 "원·달러 환율 급락으로 외국인들의 환차익 관련 매물이 점차 늘고 있다"며 "현재 종합지수는 8월 초 환율 기준으로 930선 이상에 해당하는 만큼, 외국인들이 차익 실현 유혹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원화 가치의 급격한 상승은 국내 수출업체들의 내년도 전망을 어둡게 할 뿐더러 내수 회복도 기대만큼 빠르게 이루어지기는 어렵다는분석이다.
LG투자증권 강현철 연구원도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이 끝났는데도 외국인 매도가 전기전자 업종에 집중되고 있고, 2003년 5월 이후 현 지수대인 850 전후에서는 외국인 매매가 소강상태를 보였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외국인의 소극적인 매매패턴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교보증권 임송학 이사는 더 비관적이다. 임 이사는 "10월 이후 글로벌 증시 강세는 달러화 약세 전망에 편승한 ‘캐리 트레이드’(저금리로 돈을 빌려 수익성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것)에 힘입은 바 크다"면서 "거래규모가 지나치게 팽창했음을 감안하면 달러화가 강세로 전환될 경우, 오히려 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지난 4, 5월의 급락세가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중소형주, 테마주 등에 관심 =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매수 복귀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수 관련 대형주보다는 기관이 선호하는 중소형주나 테마주로 눈을 돌릴 것을 권하고 있다.
실제로 23일 시장에서는 동원증권이 ‘교토의정서 테마주’의 최고 수혜주로 추천한 유니슨이 상한가를 쳤고, 함께 추천한 한솔홈데코와 이건산업도 각각 7.22%, 11.73% 올랐다.
수익성과 재무구조가 매우 좋은데도 저평가돼 있다는 평가를 받은 동서도 장중 한때 연중 최고가를 기록할 정도로 급등했다.
SK증권 현정환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지난해와 같은 수준(주당 5,500원)으로 배당한다면 배당수익률은 1.3%에 불과하며, 대규모 자사주 매입으로 배당 여력도 줄어 외국인들의 적극적인 매수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따라서 지수 반등시점을 노려 환율에 민감한 수출주, 기술주 등의 비중을 줄이고 배당주, 환율 수혜주, 기관 매수 코스닥 종목 등으로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대증권 이상원 연구원도 "당분간 수급 개선 요인이 뚜렷하지 않아 시가총액 상위 대형종목보다는 실적 대비 저평가된 종목이나 기관 선호 중소형주 등에 한정해 단기 매매를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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