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지 보내기, 답안지 돌리기, 책상 위에 예상 문제 적어놓기.’ 학창시절 한 번쯤 해 봤을 법한 속칭 ‘커닝’ 수법이다.올해는 휴대폰이라는 ‘첨단 병기’로 저질러진 수능 부정행위가 때맞춰 찾아온 추위와 함께 흑백필름 속의 아련한 기억마저 싸늘하게 얼어붙게 만들었다. 사실 이동통신 가입자 3,000만명 시대에 예상치 못했던 청천벽력은 아니다. 일선 학교에서 발생하던 일이 대학 수학능력시험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충격이 큰 것이다. 정보통신부는 뒤늦게나마 휴대폰를 이용한 부정행위 예방을 위해 모든 시험장에 휴대폰 차단장치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최근 거액의 온라인 사기사건이 또 다른 충격을 안겼다. 유명 온라인 게임업체를 해킹해 수백억원 상당의 사이버머니를 불법 취득하고 전국적으로 유통시킨 해커와 게임 사이버머니 중개상들이 대거 적발됐다. 피해액은 사이버머니로 환산했을 경우지만, 우리가 통상 쓰는 화폐 단위를 넘어선 경(京)이라는 어마어마한 액수이다.
우리는 ‘동방의 작은 나라’에 산다며 스스로를 과소평가할 때가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전체 인구의 70%가 네티즌이고, 75%가 이동통신 가입자이며, 전 세계 온라인게임 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는 사이버 강국이다. 홈네트워크,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 인터넷전화, 텔레매틱스, 지능형 로봇 등 사이버 세상을 구축하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지만, 사이버 세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의 예방과 대책에 대해서는 너무나 게으른 것 아닐까. 안전성이 확보된 사이버 강국을 기대하는 것은 나만의 바람은 아닐 테다.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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