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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6자회담, 마지막 각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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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6자회담, 마지막 각오로…

입력
2004.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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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 일련의 회담을 통해 얻은 가장 커다란 성과는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천명하고 이에 대해 주변국들의 승인을 얻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한미정상회담에서 부시 미 대통령이 이를 수용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오랜만에 낙관적 무드가 형성되었다.2001년 부시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가진 첫 한미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당시 한국 대통령과의 이견이 노출되며 한미관계, 남북관계가 악화되고 결국 2차 북핵 위기로 이어진 경험을 고려하면 부시의 재선 이후 첫 만남이 좋은 분위기로 진행되었다는 점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물론 이번 회담이 진지한 논의의 장이었다기보다는 APEC 정상회의 내의 여러 정상회담의 하나로 열린 것이고 북핵문제를 보?부시의 시각에 본질적 변화를 엿볼 수 없다는 점에서 지나친 낙관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미국 언론도 부시의 북핵 문제에 대한 평화적 해결에 대한 강조는 주변국들의 북한에 대한 더욱 강한 압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의미 있는 변화도 있었다. 부시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다자간 협력의 필요성을 특히 강조했다. 미국이 이라크 침공에서 보여주었던 일방주의 외교와는 다른 태도이다. 더욱 의미 있는 것은 미국이 북한의 선 핵포기 입장을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핵무기 폐기에 따른 보상을 고려하고 있다고 알려진 점이다.

이는 이라크에서 난관에 봉착하고 이란 핵 문제가 부상하는 등 중동정세가 날로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 동북아시아에서는 군사력에 의존한 일방주의적 정책을 관철시키는 것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미국은 대안 없이 북핵문제를 계속 끄는 것에 대한 한국, 중국, 러시아 등의 불만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핵 위기가 미국에게는 동북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확대시키는 지렛대가 될 수도 있지만 주변국들에게는 직접적인 군사, 정치적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그 동안 6자회담에서 북핵 문제의 해결과 함께 북한의 안전에 대한 합리적 우려도 같이 해소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 왔다. 지난 13일 노무현 대통령의 LA 발언에서 "북한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는 지적도 이와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이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지 않은 것은 북한이 다시 6자회담에 나오는 데 유리한 조건을 조성하고 있다.

북한으로서도 부시가 재선된 상황에서 미국과의 갈등을 대책 없이 장기화시키는 것은 정치, 경제적 어려움을 더욱 증가시킬 것이기 때문에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새로운 계기를 찾을 필요가 있다. 6자회담은 가장 현실적인 무대이다. 이러한 북,미의 입장을 고려하면 새로운 6자회담은 지난 회담과는 달리 구체적인 협상안을 논의하는 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6자회담의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핵을 안전보장을 위한 최후의 담보로 삼고 있는 북한과 이를 용인하지 않으려는 미국의 입장차이는 명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담 초기에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다시 대립, 갈등이 격화될 것이다. 또한 대만이 현재 공언하고 있는 것처럼 2006년 독립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헌법개정을 시도하고 대만해협의 긴장이 고조될 경우 북핵 문제를 해결을 위한 다자간 협력도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향후 1년을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여기고 6자회담과 남북대화를 준비해야 한다. ‘주도적인 역할’을 단순한 수사로서가 아닌 구체적 행동으로 뒷받침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6자회담에서 주체적 협상안을 갖고 관련국들을 설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남주 성공회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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