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969년 11월 미국에서 돌아왔다. 이듬해 1월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전자계산실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 때 5명의 아이들은 모두 학교에 다녔다. 시골의 부모님도 모셔왔다. 연구소의 급료 만으로는 생활비가 턱없이 부족했다.그래서 부업을 꾀했다. 나는 연구소에 매인 몸인지라 부업을 한다 해도 그 일에 많은 시간을 낼 수 없었다. 무엇을 할 것 인가를 꽤 오랫동안 궁리한 끝에 다시 학원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나는 시중에서 가장 흔한 사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흔하다는 건 수요가 많다는 뜻이다. 또 흔하다는 건 뛰어난 두뇌와 비상한 노력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얘기기도 하다. 시내를 걷다 보면 가장 흔한 게 다방과 식당과 학원이었다. 그런데 나는 학원에 대해서는 경험과 지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다방이나 식당 대신 그 길을 택했다.
나는 이 같이 흔한 사업을 하는 데는 두 가지 전략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나는 경쟁자보다 광고를 두 배 하는 일이다. 두 번째는 주요 항목 세 개를 택해 경쟁자보다 5%씩 잘하면 된다. 선전을 남보다 많이 하면 우선 사람들이 와 볼 것이고 다른 경쟁 업체와 비교해 5%만이라도 뛰어나면 사람들은 그 쪽으로 몰려들게 마련이다. 남보다 10% 더 잘하려면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하고 20% 잘하려면 천재적인 두뇌가 필요한 법이다. 그러나 5% 잘하는 건 보통 사람도 마음만 먹으면 해 낼 수 있다. 사람의 감각은 5% 더 나은지, 10% 더 좋은지는 구별하지 못하지만 누가 못하고 잘하는 지는 아주 민감하게 구별할 수 있다.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낫게 한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떤 곰탕 집이 아주 잘 돼 끼니 때면 사람들이 줄을 섰다. 그 가게 주인에게 비결을 물었더니 "나는 고기를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산다. 그래서 우리 고기는 경쟁자보다 질이 좋다. 그리고 곰탕에는 고기를 30% 더 넣는다. 그랬더니 손님이 모여들었다"고 말했다. 그 주인의 말도 내 생각과 일맥상통한다. 나는 강사들에게 다른 학원보다 5% 더 잘해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고 했다. 그리고 실천에 옮겼다.
당시 학원 강사는 수강료의 절반을 가져가게 돼 있었다. 그런데 학원에서는 보통 100명의 학생이 오면 90명분으로 나눠 주었다. 여러 기관에서 청탁이 와 무료 패스를 발행, 실제 등록한 학생이 수강생보다 적었기 때문이다. 청소 등 허드레 일을 하는 고학생에게도 무료 패스를 주었다. 나는 필요에 따라 발행한 무료 수강증을 접대비로 처리하고 수강생 수의 100%를 강사들에게 배당했다. 다른 학원보다 10% 정도는 강사를 더 만족시킨 게 분명했다. 또 다른 학원에서는 강사료를 그 다음달에 지불했다. 하지만 나는 강의료를 받아 그 달 5일에 3분의 1을 주었다.
학생들에게도 5% 더 잘해줄 묘안을 짜냈다. 무료 패스를 받은 학생 중 일부는 수강증 검사와 청소를 맡았는데 불친절하고 청결 상태도 엉망이었다. 그래서 나는 정식 직원을 채용, 제복을 입히고 수강증 검사를 시켰다. 청소는 전문용역 회사에 맡겼다. 이것도 수강생에게는 다른 학원과 구별되는 기분 좋은 서비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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