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선에 구멍이 뚫려도 책임질 군인이 없다." 지난달 26일 강원도 최전방의 3중 철책선이 뚫리는 사고가 발생한 부대 지휘관에 대한 징계내용이 발표된 23일 국방부 기자실. 군관계자와 출입기자들 사이에 설전이 벌어졌다. 해당 부대의 사단장과 연대장이 각각 견책과 근신 조치를 받고, 대대장이 감봉 3개월, 중대장과 소대장은 견책 조치된 내용을 발표하며 군 관계자는 "철책선이 뚫린 사고로 사단장이 징계를 받기는 처음"이라며 강도 높은 문책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기자들은 "감봉을 포함한 근신, 견책은 모두 경징계로 사안의 위중함에 격이 맞지 않는다"고 맞섰다.이날 밝혀진 지휘관들의 징계 사유는 모두 지휘감독 소홀로 성실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 군 관계자는 "지휘관들이 무슨 책임이 있느냐"며 억울함까지 토로했다. 윤광웅 국방장관이 취임 후 "포괄적 지휘책임으로 지휘관들이 선의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겠다"고 한 약속을 감안하면 일견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는 ‘감독 소홀’ 이상의 ‘기강 해이’가 연루된 점을 무시할 수 없다. 경계 실패 이외에 지휘관들의 늑장보고도 사고에 영향을 미쳤다는 군 최고지휘부의 질타까지 나온 상황이다. 김종환 합참의장은 최근 철책선 사고와 관련해 전군에 하달한 지시문을 통해 ‘절단 사실이 최초로 발견된 이후 곧바로 상급부대에 보고되지 않은 것은 심각한 잘못’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해당부대 중대장과 대대장이 철책선 절단 현장을 찾아 일일이 확인하는 바람에 보고가 늦어졌음을 질타했다는 것이다. ‘선(先)보고, 후(後)조치’의 수칙을 어겼기 때문이다.
신상필벌의 군기를 세우지 않는 한 철책은 또 뚫릴 수 밖에 없다. ‘전투에 패한 것은 용서할 수 있지만 경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없다’는 맥아더의 명언을 군은 벌써 까먹은 모양이다.
김정곤 사회부 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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