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약달러 용인 발언에 아시아 증시가 동반 급락했다. 22일 거래소 종합주가지수는 2% 가량 떨어지며 850선이 붕괴됐고, 일본은 2.11%, 대만은 3.12%나 하락했다. 특히 전기전자, 조선, 자동차 등 수출주가 직격탄을 맞았다.19일(현지시각) 그린스펀 의장이 “미국의 경상적자 급증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달러 자산에 흥미를 잃을 수 있다”며 직설적으로 약달러 용인 발언을 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율 이슈가 증시를 짓누를 것으로 보고 관망자세를 권하고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국내 증시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때문에 일부 애널리스트는 저가 매수기회로 삼을 것을 권하기도 했다.
◆ 증시 불확실성 증대
외견상 ‘강달러 정책’을 쓰던 미국이 부시 대통령 재선 이후 노골적으로 약달러를 용인하겠다고 나서면서 환율 하락 추세는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증시에도 불확실성이 커질수밖에 없다.
동부증권은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에 대해 “미국의 긴축 정책에 대비하라는 것은 공격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며, 미 경상수지 적자에 대한언급은 100엔 이하의 엔ㆍ달러 환율이나 중국의 위안화 평가 절상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면서 “두 가지 모두 국내 증시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CJ투자증권은 “국내 수출주 중 환율 민감도가 낮은 정보기술(IT) 산업 비중이 높아지는 반면, 동아시아 수출 비중 확대로 대미 수출의존도는 낮아지고 있다”며 한국 경제가 원화 강세 추세를 견뎌낼 수 있다고말했다. 한화증권도 “달러 약세가 장기적으로 미국 기업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중국 경제의 성장을 부양하는 효과가 있는 만큼, 대중국 수출 비중이 높아진 국내 기업들이 오히려 달러 약세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 충격 얼마나 갈까
전문가들 사이에는 당분간 관망해야 한다는 의견과 저가 매수 기회로 삼으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세종증권은 “달러화 급락으로 증시에 변동성이 높아졌다”며 “외환시장이 안정감을 회복할 때까지 환율에 방어적 성격이 강한 전기ㆍ가스, 음식료 업종 등으로 투자를 제한하라”고 당부했다. 삼성증권도 “외국인이 당분간 매수에 복귀할 태세가 아닌데다 미 증시도 과열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며 “환율 수혜주나 배당주 등 일부 테마위주로 매매하라”고 조언했다.
반면 동원증권 김세중 선임연구원은 “원ㆍ달러 환율이 단기적으로 급변동할 때는 주가 급락을 매수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며 “이는 과거 환율 급락기에도 입증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대신증권 양경식 연구원도“당분간 증시가 환율 급락으로 조정을 받겠지만, 이번주 중반부터 달러화약세가 진정될 것”이라며 “주초 조정은 매도 기회가 아니라 새로운 매수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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