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폐지 운동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시민단체 ‘화해를 위한 살인피해자유족회(MVFR)’ 대표 레니 쿠싱(51)씨가 방한했다. 쿠싱씨는 2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보통 피해자 가족들은 가해자가 사형되기를 바란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살인자를 국가가 살해하는 것은 사회가 악마적 형태로 변한다는 표시”라고 주장했다.그는 “사형제 폐지는 사회적 상식을 선언하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사형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인간의 생존권을 존중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쇄살인범 유영철 사건에 대해 그는 “우리 자신을 살인자로 만들지 않고도 가해자를 교도소에 넣어 벌을 줄 수 있다”며 “살인자를 도우려는 것이 아니라 살인자의 인권이 손상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쿠싱씨는 1988년 집에 들이닥친 괴한의 총격에 아버지를 잃은 아픈 경험이 있다. 그는 “아버지를 잃었을 때는 삶에 대한 통제력까지 살인자에게 박탈당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수년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쿠싱씨는 아버지를 살해한 자를 사형에 처하는 것이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깨닫고, 사형제도를 반대하는 살인 사건 유가족을 만나 모임을 꾸리고 활동을 시작했다.
80∼90년대 2차례 미국 뉴햄프셔주 하원의원을 지낸 그는 임기 중 피해자권리 보호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고 이를 사형 폐지 운동과 접목하는 데도힘을 쏟았다.
쿠싱씨는 “흉악범일 경우라도 감형 없는 종신제로 사회적 정의는 세울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내 부친을 살해한 범인도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받고 복역 중이며 감형만 되지 않는다면 적절한 선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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