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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순익… 투자 '찔끔' 주가관리엔 '펑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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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순익… 투자 '찔끔' 주가관리엔 '펑펑'

입력
2004.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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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사상 최대 순이익을 올리고 있는 상장기업들이 주주 배당을 늘리거나 현금성 자산으로 쌓아 두고만 있을 뿐, 정작 미래를 위한 투자에는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기업들이 올 3분기까지 거둔 누적 순이익은 모두 37조4,92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65.35% 늘었다. 상장기업이 쌓아둔 현금성자산도 46조7,000억원으로 1년 새 24% 증가했다.▲ 번돈 주로 단기금융상품에 예치

22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12월 결산 상장법인 449개사의 3분기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9월말 현재 현금성 자산(현금, 현금등가물 및 단기금융상품)은 46조7,28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24.23% 늘었다.

특히 단기금융상품 투자액이 24조원으로 47%나 늘어 상장사들이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돈을 설비투자 등에 사용하기 보다는 단기금융상품에 예치해놓고 관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별로는 삼성그룹의 현금성 자산이 9조8,180억원으로 46.27% 증가했고, LG는 2조9,244억원으로 95% 급증했다. 현대자동차도 현금성 자산이 6조8,984억원으로 14.86% 늘었다. 회사별로는 삼성전자가 6조3,015억원으로 1년 새 32.51% 증가했고, 현대자동차 5조107억원(33.10%), KT 2조2,274억원(133.37%), 삼성중공업 1조9,558억원( 158.98%) 등이었다.

▲ 배당은 늘고, 투자는 정체

국내를 대표하는 시가총액 상위 18개 제조업체가 올해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 지급에 사용한 자금은 연간 벌어들인 순이익의 32%에 달할 전망이다. 이에 비해 연구개발(R&D) 비용은 순이익 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늘어난 순이익을 투자가 아닌 주가 올리기에 집중하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 SK텔레콤, 한국전력, 포스코, 현대자동차 등 시가총액 상위 5개사는 올해 예상 순이익 21조1,043억원의 39%에 해당하는 8조2,179억원을자사주매입과 배당 등 주가부양에 쏟아 부었다. 반면 3분기까지 R&D에 투자한 비용은 4조3,557억원에 불과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3조9,700억원을 자사주 매입에 사용했고, 배당금은 1조4,638억원으로 예상돼 모두 5조4,338억원을 주가 지탱에 투입할 전망이다. 이는 삼성전자의 올해 예상순이익(11조2,145억원)의 48%에 해당되며 3분기까지 R&D 투자비(3조2,918억원)의 1.65배나 된다.

올 한해 1조6,211억원의 순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SK텔레콤도 7,949억원을 배당금 등으로 지급할 전망이다. 이는 올 예상순이익의 49%이며 R&D 비용(2,110억원)의 3.76배에 해당된다. 포스코 역시 올해 R&D 비용(2,236억원)보다 4.36배 많은 순이익의 27%를 주주에게 환원할 계획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주요 기업에 외국인 지분이 크게 늘면서 주가가 경영평가의 중요한 잣대로 부각되고 있다”며 “이 같은 주가 중시경영은 자칫단기 이익에 편중된 기업 경영을 부추겨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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