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에 맞서 차기 대권 야심을 키워온 니콜라 사르코지(49) 경제재무장관이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돌입했다.사르코지 장관은 지난 주 실시된 중도우파의 집권 대중운동연합(UMP)의 총재 경선에서 대의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승리할 것이 확실시 된다고 프랑스 언론들이 22일 전했다.
그는 28일 파리에서 열리는 임시 전당대회에서 공식적으로 선출이 확정돼비리 혐의로 물러난 알랭 쥐페 전 총재의 뒤를 이어 당수에 취임할 예정이다.
분석가들은 사르코지 장관이 총재에 취임함으로써 프랑스의 고질적 병폐인 동거정부가 더욱 ‘이상한 형태’로 변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동거정부는 여당 대통령과 의회를 장악한 야당 총리가 불편하게 국정을 운영하는 것인데, 이번에는 시라크 대통령이 원군이 돼야 할 집권당 총재로부터공격을 받는 구도가 연출되기 때문이다.
시라크와 사르코지의 권력다툼은 숱한 일화를 만들어냈다.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공립학교에서의 종교 상징물 부착 금지에 대해 사르코지는 지난달 출간한 자신의 저서에서 “정부의 조치는 급진적인 세속주의”라며 법을 강행 처리한 시라크 대통령을 비난했다.
올 초에는 일본문화에 심취한 시라크 대통령의 개인적 취향까지 문제 삼았다. 사르코지 장관은 일본 전통씨름 스모를 “기름투성이 머리를 틀어올린 뚱뚱이의 운동을 어떻게 좋아할 수 있느냐”며 “정말 지적인 운동과 거리가 멀다”고 깎아내렸다. 또 홍콩은 마법의 도시인 반면 일본 도쿄나교토는 숨막히고 경이로운게 하나도 없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정상회담 자리에서 스모를 화제로 삼는 친일파 시라크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3선 출마 의지를 굳힌 시라크 대통령도 7월 혁명기념일 기자회견에서 사르코지 장관을 거론하며 “직분에 충실하라”고 노골적으로 견제했다. 시라크 대통령는 ‘정신적 양자’라며 총애하던 도미니크 드 빌팽 내무장관(전 외무장관)을 당 경선에 내세워 사르코지의 독주를 막으려 했지만 뜻대로는 되지 않았다.
사르코지 장관은 기업 변호사 출신으로 재계 입장을 잘 아우른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2년 5월 시라크 대통령 집권 2기 내무장관으로 임명된 후에는 파리의 명물인 보르도 숲의 매춘부를 몰아내는 등 성매매를 단속하고,각종 치안대책 등을 일사천리로 밀어붙였다. 때문에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을 빗댄 ‘프랑스의 줄리아니’라는 별명도 있다.
하지만 적극적이고 저돌적인 성격의 이면에 자신의 속마음을 조절하지 못하고 너무 직설적으로 드러내 필요없는 거부감을 일으킨다는 비판도 나온다.
/황유석기자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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