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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 욘사마와 로바다야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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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 욘사마와 로바다야키

입력
2004.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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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열풍이 일본열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욘사마(배용준)’가 일본의 아줌마들 사이에서 우상으로 떠오르고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 여성들이 줄을 잇고 있다. 한국 대중문화의 수출이 급속하게 늘면서 외화벌이에도 톡톡히 한몫을 하고 있다.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는 연예인들의 활약이 대견스럽다.그런데 우리가 일본의 한류 열풍에 들떠 있는 이 순간에도 일본문화는 우리의 일상 속에 깊숙하게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 일본 만화, 애니메이션,노래와 학용품, 장신구 등에 대한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선호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일본식 음식점과 술집들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거리에는 일본 글자의 간판들도 더욱 많아지고 있다.

과연 한류 열풍과 일본풍 침투 중 어느 것이 더 강할까? 정확히는 알 수없지만, 분명한 것은 요란한 한류 열풍에 비해 조용하게 진행되는 일본풍의 침투가 더 장기적이고 효과적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떠들썩한 한국인과, 조용히 잇속 챙기는 일본인의 기질 차이를 반영하는지도 모른다.

정작 걱정이 되는 것은 한류 열풍이 단기간의 열정으로 끝날 수 있는 대중문화 ‘상품’에 대한 미혹인 반면, 일본문화의 침투는 우리의 일상생활에 깊숙이 침투하는 더 ‘문화’적인 현상이라는 점이다.

한국에 수 없이 많은 일식집이나 ‘로바다야키’ 집은 실내장식도 일본풍이고 종업원들도 일본 옷을 걸치고 있으며 심지어 인사도 일본식으로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반면 일본에 있는 ‘야키니쿠’ 집에서는 한국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다.

이름마저 불고기나 갈비집이 아니라 일본 말로 ‘구운 고기’란 뜻의 야키니쿠가 아닌가? 고기를 구워먹는 방식은 한국한테서 배워갔지만, 일본인들은 그것을 철저히 일본화, 또는 국제화한 것이다. 심지어 제3국으로 나간 고기구이집의 이름도 갈비집이 아니라 야키니쿠집이다. 결국 우리가 우리것을 뺏긴 셈이다. 이 것도 일본과 한국의 문화력 차이일까?

우리가 한류 열풍에 도취해 있을 때도 일본 문화는 소리없이 우리 삶에 젖어 들고 있다. 미래를 생각해 보면, ‘열풍’보다는 소리 없는 생활문화의 침투가 더 큰 효력을 발휘할 것이다.

특히 그 한류 열풍이 장기간 지속되리라는 보장마저도 없기 때문에 우려는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우리도 이제는 상품으로서의 대중문화 수출만 생각하지 말고 한국적 삶을 수출하려는 ‘문화적’인 안목을 가질 필요가 있다.

/김영명 한림대학교 국제학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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