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하락이다. 원ㆍ달러 환율은 10월말 1,140원 벽이 무너진 이후 ‘1달러=1,000원’을 향해 무한 질주 중이다. 하루 최대 낙폭이 20원에 육박할 정도다. 1만 달러를 현찰로 보유하고 있다면 두 손을 놓은 채 하루 20만원을 날려버린 셈이다.전문가들은 “원화 강세 현상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원ㆍ달러 환율 1,050원은 물론이고 성급하지만 세 자릿수 환율까지 거론되고 있다. 교과서적인 원칙이라도 다시 한번 되새기는 것이 필요할 때다.
▲ 환율 하락기 재테크 수칙
원ㆍ달러 환율 하락은 달러화의 가치가 떨어지고 원화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론적인 환율 하락기 재테크 수칙에 따르자면, 보유하고 있는 달러는 빨리 내다팔수록 좋다.
하지만 소액의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라면 높은 환전 수수료를 감안,그대로 보유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도 있다. 만약 해외 유학 중인 자녀 등을 위해 달러를 송금해야 한다면 가급적 송금 시기를 늦추는 것이 유리하다.
해외 여행 중에는 달러화나 여행자수표보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해외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할 경우 사용 시점이 아닌 결제 시점의 환율이 적용돼 환율 하락에 따른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비자카드와 마스터카드의 해외 사용 수수료는 사용액의 1~1.1%에 달하지만, 국내 은행에서 달러 환전 수수료가 2~3.5%인 점을 감안하면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니다.
반드시 기억해둬야 할 것은 이 같은 지침들이 ‘원화 강세기(달러 약세기)’가 아니라 ‘환율 하락기’의 재테크 수칙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현재 원ㆍ달러 환율이 아니라 앞으로의 환율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지금 환율이 아무리 낮아도 앞으로 환율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면 정반대로 움직이면 된다.
▲ 마이너스 수익률을 피해라
금융 상품 가입자 중에서도 환율 급락의 충격에 울상을 짓는 이들이 많다. 환율 관련 금융 상품의 경우 마이너스 수익률 상품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상품이 환 변동 위험을 피하기 위한 외화예금. 달러로 예금하고달러로 이자를 받기 때문에 원화로 바꿀 경우 환율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달라진다.
현재 은행들이 파는 1년 만기 외화예금 금리는 평균 연 2% 안팎이지만 최근 1개월간 환율 하락폭은 4~5% 이상에 달해 환차손을 감안하면 수익률이마이너스다. 환율 하락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만큼 투자 목적으로는 외화 예금을 피하는 것이 좋다.
최근 국내 판매가 급격히 늘어난 해외펀드 상품 역시 환율 급락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면치 못했다. 전문가들은 해외펀드 상품에 가입할 때는 반드시 선물환 계약을 맺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선물환 계약이란 향후 펀드 만기일에 외화를 원화로 다시 환전할 때 적용되는 원ㆍ달러 환율을 투자 시점에 미리 고정시켜 놓는 것. 요즘처럼 환율이 요동을 치는 상황에서 선물환 계약은 해외펀드 투자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일종의 보험인 셈이다.
물론 예상과 달리 환율이 상승할 경우 선물환 계약에 따라 그만큼 손해를볼 수 있지만, 도박성 투자가 아니라면 안전 장치를 마련해두는 것이 좋다.
해외 투자를 하고 싶지만 선물환 계약을 하기가 부담스럽다면, 해외 투자국내펀드에 가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들 상품은 운용사가 자체적인 선물환 계약으로 고객을 대신해 환 리스크를 관리해준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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