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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유가시대, 원자력 주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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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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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등 원유 생산국들의 공급불안과 중국 등 개발도상국들의 급격한 수요증가로 인해 고유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주요 원유 수입원인 두바이유(油) 가격도 지난해보다 10달러나 올라 배럴 당 40달러에육박하고 있다.그나마 그 동안 수출 호조가 다소 충격을 완화시켜 주고 있지만 향후 전망이 밝지 않아 에너지자원이 거의 없는 우리의 경우 그 파장이 클 수 밖에없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전력의 40%를 원전이 공급하고 있어 전기생산 분야만은 고유가로 인한 영향을 덜 받고 있다. 이는 원자력이 에너지원 중 연료비가 가장 낮고 가격변동이 적기 때문이다. 지난 20여 년간 물가는 156%나오른 반면 전기요금은 단지 3% 오르는데 그친 배경에는 원자력의 역할이 매우 컸음은 부인할 수 없다.

무엇보다 원전은 연료수급에 지장이 없어 에너지 안보차원에서도 매우 유리하다. 국가간에 전력망이 연결돼 있어 필요시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외국과 달리 우리의 경우 지정학적 여건으로 인해 연계가 되지 않는 특수한상황이므로 원전은 안정적인 전력공급에 절대적 역할을 하고 있다.

고유가와 공급불안이 계속됨에 따라 세계적으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새롭게 부각되면서 원전사업이 새로운 부흥기를 맞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원유와 천연가스 공급문제,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 우려에 따라 2050년에는 전 세계 전력수요의 증가와 함께 원전의 발전용량도 네 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를 보더라고 최근 핀란드가 원전건설을 승인했고 프랑스도신규원전 부지를 결정했다. 네덜란드와 스위스는 각각 원전폐기 법안을 부결하거나 폐쇄계획을 철회했으며, 스웨덴에서도 원전 찬성여론이 확산되고있다.

일본 또한 계속 원전을 건설하고 있으며 자원부국인 미국조차도 기존 원전30기에 대한 연장운전을 승인하고 추가로 14기에 대한 연장운전을 검토함과 아울러 신규원전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선진국들을 한편으로 연료전지, 풍력 및 태양력 등 환경에 영향을 적게 미치는 새로운 에너지 개발에 애쓰고 있다. 그러나 아직 미미한 생산량, 높은 생산비, 불안정한 성능, 이차적인 환경문제 등으로 인해 이들이 실질적인 대체에너지로서의 역할을 하기까지는 앞으로도 수십 년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으로 에너지 소비 10위, 석유 소비는 6위이자 특히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율이 가장 높은 수준인 우리나라는 머지않아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규제의 당사국이 될 것이다. 이럴 경우 우리가 지불해야 할 환경세(稅)가 우리 무역과 경제에 또 하나의 큰 짐이 될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는 미래를 준비하기는 커녕 원전 폐기물처분장 문제, 신규건설 문제 등 산재한 여러 현안들을 사회적으로 지혜롭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요즘 같은 고유가시대의 우리에게 원전은 당분간 단순한 전력공급만이 아닌 에너지 안보의 버팀목으로써의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어려운시기에 국민 모두가 에너지 절약에 힘을 쏟는 한편, 원전 종사자들 또한 안전을 최우선으로 원전을 운영함으로써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길 기대한다.

/박군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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